기준연도만 바꿔도 상호관세 20%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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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기준연도만 바꿔도 상호관세 20%로 낮아진다 한미 양국 무역협상 임박…“관세율 낮출 전략 필요”

기사입력2025-04-16 00:00

한미 양국정부에서 무역협상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율이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미 협상에 앞서 상호관세 25%를 낮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대한상의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제4차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서, “양국 간 협상을 위해 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에 방미를 추진하여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경제계는 민간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동향을 지속해서 파악하면서, 정부와도 정보를 공유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한, 한국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공급되는 설비나 장비도 대미 수출로 분류되는데, 여기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트럼프 2기 상호관세 조치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 역시 같은 논리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는 국가별 수입액과 무역수지의 비율에서 절반 수준으로 결정됐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는 -50%였고, 실제 발표된 상호관세율은 25%였다. 그런데 미국이 상호관세 계산을 위해 사용한 기준시점인 2024년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동시에 이에 동반된 중간재 수출도 함께 늘어난 바, 시점상 한국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24년을 기준으로 한 미국의 상호관세 계산방식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국가들에 페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미국에 새롭게 공장을 설립하는 등의 ‘그린필드 투자’가 증가하면,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거나 장비를 들여오는 과정이 여러 해에 걸쳐 발생하게 되며, 이는 미국 내 중간재 수입 증가로 인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역수지의 기준연도를 2024년 한해가 아니라 2022년부터 2024년까지로 넓히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22%로 낮아지고, 2020년까지로 넓히면 20%까지 낮아질 수 있다.

보고서는 2024년을 기준으로 하는 계산방식이 “오히려 미국 내 투자한 국가들에 페널티로 작용할 수 있어 관세 인상을 통해 미국 내 투자유입을 촉진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에 상충된다고 볼 수 있다”는 설득의 논리도 함께 제시했다.

별도 과세 품목 무역수지에서 제외 시 상호관세 20%도 가능

상호관세 부과 품목만 놓고 무역수지를 계산하면 세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협상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상당수 품목에 대해 개별 관세를 예고하며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상호관세율을 계산할 때는 모든 수입품을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는 “만약 상호관세 대상 품목만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상호관세율과 실효관세율 모두 2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은 상호관세 대신 25% 규모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다. 반도체 역시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진 반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위해 무역법 232조에 따른 조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에 상호관세에서 배제된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에서 상당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호관세 대상 품목만 고려’하는 계산법이 유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다만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다른 국가(예: 일본)도 해당 기준 적용 시 관세율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득실을 따져봐야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예상보다 파격적인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커 향후 관세정책이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한국은 주변상황에 맞춰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철강과 알루미늄의 경우 이를 재료로 사용한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근거로,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역시 반도체 함유량을 증빙해야할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 부품·낸드플래시(SSD 등)를 비롯해 가전·스마트폰 등이 모두 반도체를 부품으로 활용하는 연관산업이기 때문에, 미국의 반도체 관세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의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