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서 버티는 배터리, 작업장 살리는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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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1000℃서 버티는 배터리, 작업장 살리는 헬멧 스마트 기술로 안전 대응도 똑똑하게…K-Safety Expo 2025

기사입력2025-09-23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중대재해 안전사고는 고소작업 시 많이 일어난다. 사진은 한국석유공사의 부스에서 촬영한 사례 ©중기이코노미

국내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는 ‘떨어짐’이고,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화재’다.

특히, 떨어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모든 재해 유형별 사망사고 발생 건수 중 매년 1위를 차지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 전체 사망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3% 줄었지만, 올해 2분기(누적) 기준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18.3% 증가한 것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배터리 사고가 증가하면서 화재·폭발로 인한 사망사고 역시 전년동기 대비 늘었다.

지난 17일부터 3일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K-Safety Expo 2025)에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스마트 기술들이 선보였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근로자 안전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만나봤다.

배터리 폭발 ‘확산’ 안 되게…‘떨어짐’ 사고는 똑똑하게 대응

주로 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 자동차의 성능과 효율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와 폭발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한번 불이 나면 연쇄 반응으로 인해 쉽사리 불이 꺼지지도 않을뿐더러, 확산 속도 또한 빠르다.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제로원 인큐베이션팀’의 ‘EneStor’가 실시한 BSP 실험 영상. 1000℃ 이상의 고온에서 1시간 동안 실험한 결과, 화재 확산이나 연쇄 반응을 막아줬다. ©중기이코노미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제로원 인큐베이션팀’에서 프로젝트명 ‘EneStor’로 활동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이런 EV 배터리의 취약점을 잡아줄 파이로블록(PyroBlock) 소재를 적용한 안전 제품을 개발했다.

정대진 제로원인큐베이션팀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의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독자적인 방염 소재인 파이로블록을 개발했다”며, “이를 통해, 배터리팩 화재 확산 방지 솔루션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차세대 EV 배터리팩 패키지(BSP)는 화재 확산을 예방하고 경량 설계, 사용자 중심 구조로 인해 이동과 보관, 작업의 편의성까지 갖췄다. 대개 단일 배터리팩의 열폭주가 시작되면 온도가 800~1000℃로 급격히 상승해 주변으로 열전이가 시작돼 큰 화재로 번지기 쉽다. 게다가 2차 폭발 위험까지 상존해 통제도 힘들다. 하지만, BSP는 패키지 밖으로 화재 확산이 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정대진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 실증시험을 위해 아이오닉5 배터리를 태워 넣었더니 1시간 동안 1250℃의 온도에서 버텼고, 외부로 확산도 되지 않았다”며, “배터리 공장이나 폐배터리 취급 업체에서 배터리를 보관할 때 이 패키지에 넣어 보관하면 불이나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BSP 안에서 혼자 탈 때까지 놔두거나 지게차로 옮겨 수조에 담글 수도 있다”며, “비록 소화 기능은 없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SP에서 발전돼 또 다른 시제품으로 나온 것이 차량 하부에 적용하는 BSL(Battery Safety Layer)이다. 정대진 연구원에 따르면, BSL 역시 1000℃ 이상의 고온에서 버티면서 태초에 발생하는 유독가스의 20%를 흡착한다. 즉, 탑승 공간에 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 사람들에게 대피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말이다.

정 연구원은 “자동차가 개발되는 데 보통 4~5년이 걸리는데, 이때 우리 제품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10월에 있을 분사 심의를 통과하면 BSP 양산에 들어간 뒤, BSL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스가드의 스마트 안전모 ©중기이코노미

현장의 근로자 복장에는 규칙이 있다. 그중 안전모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단단함과 내구성을 최고로 쳤던 안전모는 최근 스마트 기술이 더해져 똑똑해졌다.

아스가드㈜ 서동현 전략사업본부장은 “안전모와 스마트폰, PC가 하나로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상황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특히 블랙박스 모듈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고가 났을 경우 즉각적으로 수습할 수 있고, 녹화된 SD카드를 보면서 작업자의 과실인지, 관리가 소홀해 발생한 사고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모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블루투스 앱 무전기인 PoC(PTT over Cellular)와 안전모 간 직접 통신용 디지털 무전기인 DMR(Digial Mobile Radio) 통신이 달려있다. 앱 무전기의 경우, 휴대전화가 터지는 곳에서는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어 해외의 근로자와도 실시간 대화가 될 정도다. 같은 팀원끼리는 그룹방을 만들어 관리할 수도 있다.

또한, 안전모 착용 여부는 물론, 현장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해 체감온도를 계산하는데, 이렇게 계산된 체감온도는 고용노동부 기준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세요’, ‘휴식하세요’ 등의 알람으로 작업자가 ‘작업 유무 판별’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작업자가 충격을 받거나 떨어져도 양쪽 스피커에서 알림이 울린다.

4~5년 전에 개발해 올해 4월에 론칭한 이 스마트 안전모는 국토안전관리원, 국토개발원, 부산항만공사, 산림청, 안전시설관리공단, 인천공항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건설회사, 물류회사, 유통회사, 제조업, 발전소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KNOC 스마트 안전관리 통합시스템 ©중기이코노미

중대재해처벌법 이행현황 모니터링부터 작업 위험지수 등 전사 차원의 안전관리를 마련한 곳도 있다.

‘KNOC 스마트 안전관리 통합시스템’을 선보인 한국석유공사 박재영 대리는 “아무래도 석유비축 시설이다 보니 위험하기도 하고, 적은 인력으로 전국의 10개 지사를 다 관리하기도 힘들어 업무 효율화를 위해 개발했다”며, “올해 7월에 1차 설비를 구축해 9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과거 데이터를 구축해 내년 1월부터 정식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사에 따르면, 여전히 각 지사에서는 각종 업무를 페이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시스템적으로 통합해 모든 업무를 전산화하는 데 1차 목적이 있다. 두 번째는 중대재해철벌법 이행 관리를 위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강화하고, 리스크 제거를 위한 위험성 평가를 진행한다. 또한, AI 기반의 위험지수 관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사고 관리, 수급업체 안전관리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박 대리는 “원유를 취급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작업은 화기 관련 업무”라며, “아무리 화재, 폭발에 대한 설비가 잘 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수에 대비하기 위해 위험성 평가를 하면서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소작업 위험 요소 NO!…음성으로 위험 알아차리는 비상벨

고소작업 중 떨어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외벽 세척 서비스에 드론을 활용한 업체도 있다. KTV워킹드론리퍼블릭오브코리아 김윤철 대표는 “세척용수를 공급받은 후, 0ppm의 순수로 정수를 시킨 물을 600리터 통 안에 모아둔 후, 80℃로 가열해 180 bar의 압력으로 살수한다”고 설명했다.

3~4년 동안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외벽의 경우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매년 청소를 받아온 건물의 경우에는 사람이 한 청소 결과와 비교했을 때도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노즐 방향을 자유자재로 움직여가며 청소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청 건물처럼 외벽의 곡선이 심하게 들어가거나 복잡한 구조물일수록 드론 청소 효과가 뛰어나다.

KTV워킹드론리퍼블릭오브코리아의 드론이 외벽을 청소하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공중을 나는 드론이다 보니 청소 외에 신경 쓴 부분은 안전이다. 외부 충격 보호 가드, 와이어로프 시스템을 통해 바람이 세더라도 작업자가 생각한 범위 내에서 드론 콘트롤을 가능하게 했고, 드론 추락을 예방해 2차 피해를 방지하도록 했다.

김윤철 대표는 “2023년부터 외벽 청소 서비스를 시작해 서울 아리수 정수장을 필두로 공공기관, 백화점, 체육관, 병원 등 100군데 넘게 진행했고, 2025년부터는 태양광 세척 서비스도 수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형 쇼핑몰 내부와 문화재에 쌓인 먼지 등 사람이 접촉해 청소하기 힘든 곳의 청소도 맡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포스의 음성인식 비상벨이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모습 <사진=더포스>

우범지역에 설치된 비상벨은 위급상황 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손을 갖다 대기 힘든 상황일수도 있고, 작동 불량, 전원 꺼짐, 경찰서와의 연결 오류 등 다양한 이유로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포스 홍헌 과장은 “몇 년 전 벌어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계기로 음성인식 비상벨을 개발해 선보였다”며,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등 특정 단어를 인식해 관할 경찰서나 관제센터로 연결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고 했다.

이어 “비상벨 작동 10초 전의 음성을 자동 캡처해 관리자 페이지에 MP3 파일로 전달해 신고 진위를 판단함으로써 장난 전화 판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몰래카메라 감지 기능도 있다. 대개 몰래카메라는 블루투스 신호를 쓰는데, 이 신호를 감지해 몰래카메라가 있다고 의심되면 곧장 경찰에게 알림을 준다.

전국 5000여곳 이상의 공중화장실을 비롯해 1200개 이상의 주차장, 학교와 버스정류장, 가로등에 CCTV와 연동해 안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특히, 최근 들어 학교의 사건사고가 증가하자 평상시보다 50% 이상 학교에서의 설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