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객사 ‘재생에너지 조기 전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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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글로벌 고객사 ‘재생에너지 조기 전환’ 압박↑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필수…공급망 지원 나서야”

기사입력2025-10-0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고객사의 수주 전제 조건이 재생에너지 사용입니다. 재생에너지를 공급망 전반에 걸쳐 사용하겠다는 확약이 없으면, 수주 진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당사의 주요 글로벌 고객사들은 이미 RE100을 달성했으며, 당사에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해외 법인에 대해 2025년까지 조기달성을 요구하는 등 요구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자동자 부품 제조 중견기업은 재생에너지 전환 확약 없이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할수 없다고 한다. 또다른 재생에너지 설비 제조업체는 일부 고객사로부터 RE100 조기 전환을 요구받았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WWF(세계자연기금)가 공동 운영하는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가 30일 공개한 보고서에 실린 인터뷰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4~5월 국내 85개 기업의 재생에너지 분야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대응 실태 및 공급망 재생에너지 정책·제도 인식 조사’ 결과다. 반도체, 철강, 화학, 자동차 등 국내 탄소배출 상위 업종을 비롯해 식품, 유통, 소비재,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높은 가격에 공급량 부족, 재생에너지 조달 걸림돌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BMW, 볼보 등은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인도의 타타, 마힌드라 등도 공급망 탈탄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압박은 이제 기업 차원을 넘어 주요국 정부 정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의무화했는데, 이는 원자재, 부품 등 공급망 전반(스코프3)까지 감축을 요구한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승인을 받았고, 현대차와 기아 역시 지난 8월 가입을 신청했다. CoREi는 이에 대해, 협력사까지 포함한 재생에너지 전환 부담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BMW, 볼보 등은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하지만 RE100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초기 투자비용(46%)과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32%), 복잡한 규제와 불연속적인 정책이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으로 ‘가격’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한 응답자는 “한국 REC 가격이 중국 대비 200배나 높다”고 지적하며, 초기 투자비용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해외 공장 이전이나 신설을 고려하는 응답 기업 중 3분의 1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워 해외 이전이나 신설을 검토했다”고 답했다. CoREi는 이를 두고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의 한계가 기업 경영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6%에 그쳐 세계 평균(30% 이상)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계획상 2030년에도 18.8%에 머물 예정이어서, 글로벌 공급망이 요구하는 수준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한다. 응답자의 70%이상은 “현행 제도로는 RE100 달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CoREi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30년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33% 이상 상향 ▲세제 혜택·전용펀드·장기 저리 금융상품 지원을 통한 초기투자 비용 절감 ▲PPA(전력구매계약) 연계 태양광 계획입지제도 구축 등의 전반적인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공급망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대상 집합형·협력형 PPA 도입 ▲지방정부의 PPA 중개지원 ▲업종별 대응 역량 강화 프로그램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또한 글로벌 수준에 맞게 상향 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관계에서 필수”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제도 개선과 공급망 지원에 나서야 하며, 특히 정부는 이번 기업 설문 결과를 반영해 국가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더욱 높게 설정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