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양적완화, 정부의 분식회계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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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한국판 양적완화, 정부의 분식회계 다름없다” “국책은행 재정적자 은폐하는 것”…주주·채권단 경영실패 책임져야

기사입력2016-05-04 00: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한국 재벌과 관치 금융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에 추가로 출자하는 등의 ‘한국판 양적완화’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는데다, 국책은행의 재정적자를 은폐하기 위한 정부의 분식회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이 3일 학계 및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기업 구조조정’ 긴급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실련이 3일 주최한 ‘기업 구조조정, 올바른 방안은 무엇인가’ 긴급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공적자금 만능론 ‘어긋난 전제’=이날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들에 구조조정의 명목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 낭비로 귀결된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기업의 도산은 막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조선산업의 과잉공급 문제가 이미 제기된 이후에도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4조5000억원, 성동조선해양에 2조5000억원, 대우조선해양에 2조8000억원 등 모두 9조8000억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1조4000억원을 더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박 교수는 “10조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부실화된 기업들은 회생할 기미가 없다”며 “경기변동이나 경영 실패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 노키아가 부실했을 때 핀란드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2009년 미국이 GM·크라이슬러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예외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차라리 기업청산과 채무변제를 한 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에 채권단이 출자하고 고용승계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지배주주, 주주, 채권자 순으로 부담하는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책은행 무능앞에 공적자금 투입 설득력 잃어=부실기업으로 지목된 조선산업의 재정구조를 보면 대부분 국책은행이 대출을 하고 회사채 매입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에 따르면 금융권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투자한 자금(익스포저, 위험노출액)은 1조7700억원으로 이 중 산업·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77.6%와 68.4%를 차지한다. 대우조선에 대한 금융권의 투자자금은 21조7000억원이며, 특수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4.3%에 이른다.

이에 대해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책은행의 수장들이 모두 ‘서금회’(서강대금융인회) 출신들”이라며 “이들은 구조조정 비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공적자금을 부실기업에 지원하고, 위기가 발생해도 채권은행으로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을 일컫는다. 현 정부 출범이후 산업(홍기택 전 행장)·수출입(이덕훈 행장)·우리(이광구 행장) 은행 등 국책은행장에 이들이 내정되면서 금융권 실세로 자리잡았다.

하 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압력과 국책은행 경영진의 무능함으로 빚어진 현실 앞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 연구위원은 “벌써부터 해고와 인원감축 등이 거론되는 등 구조조정은 비정규직·하청업체 직원들에게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구조조정을 새로운 정책 전환의 기회로 삼아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공공주택 확대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실현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