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용만 소비한도…재산권 행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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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게임 이용만 소비한도…재산권 행사 침해” 사행운영 차단·과소비 방지 효과 의문…“‘월 구매한도’ 제한 없애야”

기사입력2016-07-04 16:03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2000년대초만 해도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황금기였다. 인프라가 구축됨과 동시에 IT산업, 온라인게임 붐으로 게임 수출액도 최초로 1억달러를 넘어섰다. 당시 업계에는 향후 한국이 세계 1위의 게임강국이 될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과거 게임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중국에 따라잡힌 지 오래다.

2013년 기준 세계 온라인 게임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53.2%)으로, 한국점유율(21.3%)의 두 배를 넘는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 산업계의 의견이다. 강제적 셧다운(2011년), 보드게임 규제(2014년)로 이어지는 일련의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구매한도를 폐지하는 등 성인에 대한 게임 규제를 완화해 산업을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다.

월 구매한도 제한해 과소비 막는다는 정부 ‘어불성설’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는 2005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본격화됐다. 바다이야기는 2005년에 등장한 아케이드 게임으로, 사행성과 중독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국내게임의 수출 증가로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던 정부는 정책방향을 급작스럽게 변경했다. 자율심의 대신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신설하고, 사행성 우려가 있는 게임에 대해서는 소스코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때부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후 강제적 셧다운제(2011년), 선택적 셧다운제(2012년), 웹보드 게임규제(2014년) 등 규제정책들이 연이어 생겨났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문가들이 성인의 게임이용을 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는 것은 이용자의 월 구매한도 제한이다.

‘월 구매한도 제한’은 웹보드게임(정보통신망을 통해 베팅이나 배당 등을 모사한 카드게임이나 화투놀이 등의 게임물)의 대표적인 규제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웹보드게임 이용자의 월 결제한도를 업체별 최대 5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령, 만약 A라는 회사가 출시한 게임을 이용할 경우 아이템 구매 등으로 월간 사용할 수 있는 최대금액은 50만원이다. 최초로 시행령이 마련된 2014년에는 3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정부가 게임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50만원까지 기준을 확대했다. 이용자의 구매한도를 제한함으로써 웹보드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량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또 과소비를 막아 국민의 올바른 소비문화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월 규제한도가 과소비를 막을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현재 월 규제한도는 회사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게임회사에서 c·d라는 게임을, B라는 회사에서 e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가정하자. 이용자는 A회사가 개발한 게임 c·d에서 한달에 50만원까지 현금결제를 할 수 있다. c에 50만원을 다 사용할 수도 있지만, c에 20만원 d에 30만원처럼 나눠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다. 얼핏 보면 과소비를 막아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이용자는 A사의 게임에 50만원을 사용하면서 B사 게임 e에 또 50만원을 사용할 수도 있다. 게임이 속해있는 회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만 다르면 이용자가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사실상 무한대다. 또 과소비의 기준도 불명확하다.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정정원 교수는 최근 열린 포럼에서 “쇼핑, 영화관람, 도서구입과 같은 일상적 소비에서는 월별한도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게임 이용자에게만 소비한도를 두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 행사행위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가천대 경영대학 전성민 교수도 “게임의 경우 상위 10% 이용자가 90%의 매출을 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50만원의 월 구매한도 제한으로 전체적인 매출이 감소하면 결국 명품게임은 생겨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현행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게임물’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일컫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개념을 달리 생각하고 있다. 소위 사행성게임이라 불리는 불법도박과 단순 웹보드게임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나, 정부는 게임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에서 게임중독자 68만명이라는 수치를 발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겠다는 ‘정신건강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를 인정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대법원은 2011년 게임과 폭력성에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정부의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다.

게임강국 중국의 산업 동향

최근 게임강국으로 뜨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2005년 게임을 ‘전자 헤로인’이라고 지칭, 온라인게임 5시간 이상금지, 폭력적 게임금지 등의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던 중국은 규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 2010년부터 정책방향을 자율적 규제로 변경했다.

중국 온라인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업체 룽투게임즈의 한국지사 룽투코리아 최성원 이사는 최근 중국 게임산업의 트렌드를 크게 4가지로 정리했다.

①VIP시스템 존재=월 이용한도를 두고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돈이 많은 고객을 위해 별도의 VIP시스템을 두고 있다. 금액을 지불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아이템과 레벨 등이 완비된 캐릭터를 지급한다. 한번에 고급아이템을 장착해 다른 사용자와는 차별성을 주고, 이에 맞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VIP시스템을 사용해본 이용자는 만족도하며 과시를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한다. 이들은 놓칠 수 없는 수익창출모델이다.

②트랜스미디어 현상=VIP시스템 등을 통해 벌어들은 수익을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영화 등의 2차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에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소재로 한 2차 콘텐츠도 인기를 얻게 된다. 유관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로 인한 수익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데 투자된다.

③IP의 게임화, 게임의 IP화=중국 게임시장은 기이할 정도로 IP게임이 강세를 보인다. IP게임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시대나 인물, 캐릭터 등을 게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해외의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에 나오는 캐릭터나 시대 등을 차용하는 경우도 많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콘텐츠의 팬을 게임으로 흡수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④게임과 문화의 융합=게임을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 각종 미디어를 활용, 점진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중국에서는 무조건적인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 반감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해 해외진출 시 게임을 모티브로 한 영화를 먼저 개봉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 애니메이션을 먼저 배포하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진입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