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출범 앞두고 다시 불거진 銀産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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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인터넷은행 출범 앞두고 다시 불거진 銀産분리 “전혀 다른 사업, IT기업 주도” vs “은산분리 원칙 포기 당위성 없어”

기사입력2016-08-30 14:0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현행 은행법 개정없이는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제한한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을 IT기업이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지배하면서 나타나는 폐해 등을 우려해 은산분리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현행 은행법 개정없이는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폐해를 우려해 은산분리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기이코노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는 연내 출범을 목표로 9월말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카카오뱅크도 11월 본인가를 신청해 내년 초 영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사업이 변경되거나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최근 개최한 ‘글로벌 핀테크 동향 및 K뱅크 준비법인 사업추진현황’ 간담회에서 KT 맹수호 CR본부장은 “현재 K뱅크의 총자본금 2500억원 중 기술혁신을 이끌어야 할 KT의 의결권은 4%인 100억원에 불과하다”며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지분으로는 KT가 K뱅크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법 은산분리 원칙에 따르면, 금융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이중 의결권은 4% 이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지난 19대 국회때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통과하지 못해 자동폐기됐으며, 20대 국회에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강석진 의원 등이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율을 5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관련 카카오뱅크 홍보담당 정순영 차장은 30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계획할 때부터 은행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개정하려면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는 인터넷은행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은행법이 개정돼 IT기업이 경영을 주도하게 되면 혁신적인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뱅크 준비법인이 IT시스템 통합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사진=KT>

익명을 요구한 K뱅크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K뱅크는 태생이 모바일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금융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 오프라인 서비스와 제휴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점관리와 인건비 등 발생비용이 높은 기존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할 경우, 저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할 수 없고 변화하는 IT산업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은행법 개정이 없으면 자본확충이나 금융혁신이 어려워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4% 지분으로는 어떤 의사결정도 주도할 수 없고, 결국 IT가 주도하는 은행이 아니라 기존 은행과 동일한 ‘또 하나의 은행’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오정근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패러다임 자체가 기존은행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기존 은행이 인터넷뱅킹으로 사업확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IT기술을 기반으로 전혀 다른 은행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IT기업이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이어 “현행 은행법 금산분리 원칙은 낡은 규제”이며 “대주주들에게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대출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기업의 사금융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말하는 ‘고객편의와 차별화된 서비스’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례로 기존 인터넷뱅킹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산업발전을 위해 은행법이 규정한 은산분리 원칙마저 포기해야 할 당위성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은산분리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권오인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지분보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특혜”라며 “은산분리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은행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당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포함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확대해 경영권이 기업으로 넘어가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사금고화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그 위험은 그대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이되고, 이는 금융소비자와 금융시장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참여연대 경제노동팀 최지혁 팀장도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또한 은행기능을 하는 것이며,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경제민주화의 기본인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할 필요는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최 팀장은 “산업자본이 금융을 잠식했을 때 나타날 부작용과 해당 산업을 발전시켜 얻는 장점은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