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하고 강제조사권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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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하고 강제조사권 주나 고발 1.4%, 의무고발요청도 한계…지자체 불공정행위 조사권 추진

기사입력2017-05-31 09:56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그 어느때 보다 주목받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공정거래 감시’와 ‘대기업 봐주기식 처분’은 공정위를 평가할 때 늘 오르내리는 말이었다. ‘제이(J)노믹스’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공정위가 거론되는 이유다.

◇전속고발권 폐지 vs 의무고발요청 확대=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중소기업이 손해를 본 경우에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현행 법체계상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단죄할 방법은 없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이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음에도, 권한행사(고발)를 하지 않아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공정위의 ‘2016 통계연보’를 보면, 2016년도에 접수된 사건(3802건)중 고발건수는 57건(1.4%)에 불과하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 대략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첫번째가 말 그대로 전속고발권 자체를 없애는 방안이다. 공정거래법 등의 법 위반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전속고발권의 완전폐지다. 피해자들이 공정위의 처분에 기대지 않고 직접 피해구제에 나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업들은 고발남용으로 인한 경영활동 위축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공정위로 하여금 전속고발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의무고발요청기관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의무요청고발권은 검찰과 중소기업청, 감사원, 조달청에 있다. 이 방안은 전속고발권 완전폐지보다 반발은 적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2013년 의무고발요청권이 도입된 이후, 이를 행사한 경우는 중기청 9건, 조달청 3건 등 12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방안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최운열의원실 고봉준 보좌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20대 국회에서 최운열 의원이 전속고발권 폐지 발의안을 낸 것은, 의무고발요청권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지난해의 경우 의무고발요청을 통해 실제로 고발이 이뤄진 것은 3건에 불과하다. 또 담합사건의 경우 조달청이 고발요청을 갖췄다고 여겨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했지만, 공정위는 자진신고자라는 이유로 고발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국회에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의조사권 한계, 강제조사권 부여하나=공정거래 사건 중 담합의 경우, 공정위는 자진신고 또는 내부고발에 의존하는 편이다. 담합과 같은 사건은 증거수집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증거가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에 존재하며, 공정위는 피조사자의 동의를 받아서 행하는 임의조사권만을 가지고 있어 한계가 있다.

물론 피조사자가 공정위의 조사활동을 방해하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다. 공정거래법 제69조의2 ‘과태료’ 조항에 따르면, ‘자료요청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자료를 제출한 자’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일 경우 1억원 이하, 회사 또는 사업자단체의 임원 또는 종업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이 정도면 과태료를 내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선 공정위에 임의조사권이 아닌 강제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조사거부 또는 방해를 할 경우 처벌수위 또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제윤경의원실 여경훈 보좌관은 “2006년 참여정부시절부터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을 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며 “강제조사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법에 명시한 것만으로도 예방효과는 있을 것이다. 또 해외 공정거래 당국들은 대부분 강제조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공정위 역할 강화는 대기업전담부서 확대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특정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던 조사국의 부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여 보좌관은 “공정위 역할 강화 방안으로 조사국 혹은 기업수사국의 필요성은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집단을 관리하는 법이 공정거래법이라고 하지만 기업집단 관리는 경쟁정책과, 일감몰아주기는 시장감시과 등으로 분산돼 있다”며 “조사국이나 기업수사국이 생겨 공시기업, 지주회사 등 기업집단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시장지배력과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총괄적·효율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늑장처리 해결, 지자체에 조사권 부여 추진=공정위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2016년 9월 현재 공정위 정원은 535명이며, 소관하는 법령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13개에 이른다. 500명 조금 넘는 인력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대리점들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도맡아 조사하고 처분을 내리고 있다.

공정위의 늑장행정 이유중 하나는 정원에 비해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불공정행위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가맹점이나 대리점의 경우, 공정위 보다는 지자체가 접근성이 더 좋아 신속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이유도 있다. 또 신속·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한 협의회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에도 설치하도록 강제한 개정안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이와함께 검찰과의 공조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전담부를 설치해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수사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하도급법의 경우 사업장을 방문해 하도급법 또는 하도급 관계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는 하도급감독관 도입도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