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부재의 기억’이 묻는 국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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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기생충’과 ‘부재의 기억’이 묻는 국가의 역할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는 요즘, 흔들리지 않고 국민 옆에 있어야

기사입력2020-02-11 18:5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팀이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찰개혁 과제 등 그동안 국민 마음 속을 어지럽혔던 사건들 속에서 모처럼 가슴 벅차게 기쁜 일이다.

아카데미 수상 소식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과거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건을 되돌아 보게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살인의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봉 감독의 작품들이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한다는 이유로, 또 반미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한다는 이유로, 또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저항 운동을 부추긴다는 이유 등으로 그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에 포함됐다. 국가가 예술을 학대한 사건이다.

‘기생충’과 ‘부재의 기억’이 국가의 역할을 묻고 있다. 지난해 4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부재의 기억' 영화를 관람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또 하나,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 아쉽게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 두명의 어머니가 시상식에 참석하며 주목을 받았다.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16일 그날의 현장, 국가가 부재했던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국가가 국민을 방치했던 사건이었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 그리고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태어나 자란 곳이 국가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우리는 왜 국가를 만들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요즘, ‘국가의 역할’을 국민들은 다시 묻는다. 11일 16시 기준 전 세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총 4만3070명, 사망자는 1018명에 이른다. 중국을 제외하고 사망자가 나온 국가는 홍콩(1명), 필리핀(1명)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증 질환이 아니고 치사율도 높지 않다는 전문 의료진들의 이야기대로라면, 국가와 국민들의 대응력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 당시 국가부재의 경험은, 국민들에게 많은 상처와 교훈을 남겼다. 그 때문인지 정부도 국민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동향과 확진환자 이동경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 차례에 걸쳐 중국 우한 지역 교민을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데려오는 등 대책에 분주하다. 정교한 면이 일부 부족했지만 대책은 안정적이다.

전국의 주요 백화점들이 손실을 감소하고 10일 임시 휴점하고 집중적인 방역을 실시했다. 2월 예정됐던 각종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가 됐다. 당장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났을 때, 국가가 국민이 다음 단계로 다시 뛸 수 있게듬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 또한 믿고 싶다. 국가가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도 믿고 힘을 내 따라갈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