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골목상권에 온기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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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재난기본소득, 골목상권에 온기 불어넣고 있다 4월 셋째 주, 경기도 카드매출액 전년 동기대비 95%까지 회복

기사입력2020-04-28 22:5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기도에 따르면 재난기본소득 발표 이후 자영업·소상공인 매장에는 지역화폐 사용 가능 문의가 57% 급증했다. 사진은 재난기본소득 지급 발표 후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 ©중기이코노미

지난 주말 이야기다. 집 인근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공원 근처 식당을 찾았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코로나19로 인적이 드물었던 상점가에 많은 손님들이 북적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그동안 외식을 꺼렸던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자 오랜만에 외식을 하러 나온 듯 보였다.

또 달라진 점이라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쉽게 보이지 않았던 경기도 지역화폐 가맹점 스티커가 상점마다 부착돼 있었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이나 손세정 등을 지켜가며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멈췄던 그간의 답답함 때문일까, 외출을 나온 이들도 상점 주인들의 표정도 홀가분해 보였다. 여기에는 경기도와 산하 지자체가 지갑에 넣어준 재난기본소득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경기도 등 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과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효과는 곧 나타났다. 25일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재난기본소득 발표 이후 경기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전월대비 56% 증가했다. 4월 셋째 주(13일~19일) 기준으로 경기지역 카드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95%까지 회복했다. ‘재난기본소득이 매출에 도움이 되겠냐’는 물음에 경기지역 자영업자의 73%가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염병으로 경제가 매우 위축됐다. 전쟁 등 물리적 타격으로 인해 경제활동에 타격을 입은 것과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위축은 여건이 약간 다르다. 위축된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가능한 견딜 수 있다면, 그나마 형편은 차근차근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정국이 장기화로 접어들자, 적지 않은 소상공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했다. 물 펌프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가 메말라 가고 있는 셈이다. 그대로 방치했다간 붕괴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게 될 경우 다시 살리기는 쉽지 않다. 되살린다 해도 붕괴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잇따른 폐업을 막기 위해서는 물펌프에 충분한 마중물을 채워야한다. 이것이 재난기본소득이다. 가능한 풍성하게 부어줘야 물이 ‘콸콸’ 나오듯, 재난기본소득도 여건만 된다면 적절한 시기에 더 많이 주는 것이 좋다.

2019년 시행 첫해 경기지역화폐 소비업종별 현황을 보면 일반한식점이 23%, 서양 음식점과 스낵까지 더하면 27%에 이른다. 슈퍼마켓과 편의점 13%까지 더하면 절반에 해당된다. 일부에 업종에 편중된 사용범위 폭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사진은 편의점에 부착된 지역화폐 가맹점 스티커. ©중기이코노미

경기도가 이달 중순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재난기본소득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도와 산하 지자체는 현금·신용카드·선불카드·지역화폐 등으로 지급방식을 다양화해, 개인별 맞춤식 소비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경기도가 지난해 4월부터 본격 발행에 들어간 지역화폐의 역할이다. 실제 경기도가 발행한 지역화폐는 1년간 31개 자치단체에서 자릴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만족할 만큼 필요한 정책이란 의미다. 이에 맞춰 경기도와 각 자치단체가 재난기본소득 지급방식에 지역화폐를 포함시켰다. 경기도에 따르면 재난기본소득 발표 이후 자영업·소상공인 매장에는 지역화폐 사용 가능 문의가 57% 급증했다.

재난기본소득 이용기간 3개월 전체 통계자료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역화폐가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확실한 매개수단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지역화폐의 필요성과 효과성이 입증됐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역화폐의 사용처의 편중성이다. 2019년 시행 첫해 경기지역화폐 소비업종별 현황을 보면 일반한식점이 23%, 서양음식점과 스낵까지 더하면 27%에 이른다. 슈퍼마켓과 편의점 사용 13%까지 더하면 절반에 해당된다. 일부 업종에 편중된 사용범위 폭을 더 넓힐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전염병은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피해를 준다. 초기에는 확진자 동선과 겹친 상권을 중심으로 피해가 있었지만, 장기화될수록 전국 차원에서 소상공인 대부분이 직접 피해자가 된다. 때문에 혜택도 골고루 퍼지게 해야 한다.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행정기관이 이를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나마 지급방식을 다양화해 지역화폐를 더 다양한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가 절실해 진다. 재난기본소득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소비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