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늘었다지만…지역화폐 캐시백 지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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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예산 늘었다지만…지역화폐 캐시백 지원 줄어 “기재부 장애물 넘지 못해” 추경통해 지역사랑상품권 예산확대해야

기사입력2021-12-05 18: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들은 11월2일부터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80% 가까이 삭감한 기재부를 규탄하고, 지역화폐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중기이코노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둘러싼 예산, 결국 기재부가 웃었다.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줄었고, 나아가 지역화폐의 캐시백 지원율도 줄어, 향후 지역사랑상품권 확대를 위축시킬 길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607조 내년 예산안 본회의 통과…'이재명표' 지역화폐 30조’<뉴시스>, ‘내년 예산 607조7000억 예산 본회의 통과···지역화폐 30조 포함’<조선일보>, ‘국회, 607조7000억원 내년도 예산안 처리…이재명표 예산 관철시킨 민주당’<경향신문> 등 내년도 예산의 가장 큰 성과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인 듯 한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내년도 지역화폐 30조원에 대한 예산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듯 하지만, 실상을 보면 보도내용과 거리가 있다.

행안부의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예산은 6503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9월 기재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올해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의 77%를 삭감한 2403억원을 제시한 것 보다는 41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인 1조522억원보다는 4469억원 줄었다.

또 기재부는 내년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 목표를 30조원으로 발표했지만, 이 중 절반인 15조원에 대해서만 캐시백(할인)을 지원한다. 그것도 지원비율을 줄였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시 10%의 할인 또는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다. 10% 중 8%는 중앙정부가 나머지 2%를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 캐시백 지원을 15조원에 대해 4%만 하기로 했다.

결국 나머지 6%캐시백을 지방정부가 부담하거나, 재정 여력이 없는 지방정부는 캐시백 비중을 낮출 수 밖에 없다. 또, 나머지 15조원에 대한 캐시백은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여효성 연구위원이 지난 10월 지역사랑상품권 토론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할인율의 수준에 따라 소비자의 상품권 구매의향은 비례했다. 할인율이 5%일 때 전체 응답자의 48.7%가 상품권을 구매하겠다고 답했으며, 평균 구매액은 6만9900원이었다. 반면, 할인율 9% 수준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91%가 상품권을 구매하겠다고 했으며, 평균 25만4100원의 구매 의사를 밝혔다.

지역사랑상품권이 한정된 지역 내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할인율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면 상품권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당초 기재부가 제시한 예산보다는 전체 예산이 늘었지만, 오히려 캐시백 지원은 줄어 지자체의 부담이 늘게 되고, 자칫 캐시백이 축소되면 지역사랑상품권의 수요가 위축돼 발행량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건국대학교 최배근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결국 기재부의 장애물을 넘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홍남기 부총리가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30조원이라는 발행목표를 끌어낸 만큼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차질이 생긴다면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할 명분은 만들어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역점 사업인 만큼, 당선이 되면 30조원 발행을 위한 추가 예산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기재부는 지방세수가 늘고 특별교부세를 더 분배할 계획이므로 지방정부가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지방정부 단체장들과의 의견수렴을 통해 1월이라도 추경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을 뒷받침 해야 할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답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생이 확대되며, 백화점·대형마트의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유통업계에서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에서도 지역사랑상품권은 달갑지 않은 존재다. 때문에 유통대기업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기재부, 국회를 대상으로 한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의 확장세가 대기업과 신용카드사에 위협이 된다면, 그동안 그들이 골목상권을 어떻게 침탈해왔는지도 스스로 돌아보고 상생을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재벌대기업과 이를 비호하려는 기획재정부, 또 기재부의 고집에 별 수 없이 끌려간 국회를 보며, 추운 거리에서 농성을 벌였던 골목상인들은 그저 허탈함을 표현할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