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전·통신·배송업체 로봇 주도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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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자동차·가전·통신·배송업체 로봇 주도권 싸움 내 옆에 다가온 로봇…국내외 기업, 로봇에서 미래먹거리 찾는다

기사입력2022-04-20 11:30

강세진 기자 (zadar@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달 현대자동차가 연 전략설명회 행사장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현대사 직원의 것이 아니었다. 픽사 영화의 주인공 ‘월-E’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진 로봇 ‘달이(DAL-e)’의 환영인사였다. 로봇 달이는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거나 제스처를 하는 등 현장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었다.

이러한 안내용 로봇은 공항, 복합쇼핑몰, 골프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젠 누가 더 인간에 가까운, 고도화된 로봇을 시장에 상용화하는가의 문제다. 일명 로보틱스 산업. 현대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계에서 총성 없는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로봇 전쟁=완성차 업체들이 로봇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로보틱스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 들어가는 라이다와 카메라 등 각종 센서, AI를 활용한 사물 지각능력 기술 등은 자율주행차 사업의 성장과 직결된다.

현대차 그룹이 2020년에 인수한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달 물류로봇 ‘스트레치’의 판매를 시작했다. 스트레치는 최대 23㎏의 박스를 한 시간에 800개 싣고 내릴 수 있다. 올해 생산분은 이미 매진된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해, 현지 경영진과 로봇사업의 미래와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로보틱스 사업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회사’라고 말하며, 내년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옵티머스는 키 172㎝, 몸무게 56㎏로 시속 8㎞로 이동할 수 있고, 최대 20㎏의 짐을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발언이 현실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 등 의견이 분분했으나, 테슬라가 첨단기술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만큼 그 행보가 기대되는 바다.

혼다는 2000년,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2족 보행 로봇 ‘아시모’를 내놓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아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아시모는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지고 사람처럼 걸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했다. 현재 혼다는 20년간 쌓은 아시모의 노하우와 기술로 새로운 아바타 로봇을 개발 중이라며, 아바타 로봇의 2030년대 실용화를 목표로 2023년부터 기술 실증을 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제 안내용 로봇은 공항, 복합쇼핑몰, 골프장 등 우리 일상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가전, 통신, 배송업체 등 다양한 산업계에서 총성 없는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로봇산업 주도권 잡으려는 국내기업=가전제품, 통신, 배송 분야의 국내기업도 로보틱스 사업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 특히 가전업계 시장의 경우, 과거에 비해 매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로봇 분야라는 새로운 미래먹거리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를 ‘로봇사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초 사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 팀을 신설했고, 올해 초 정식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로봇사업팀 인력은 현재 약 130명으로 1년 사이 10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로봇 브랜드 ‘삼성봇’ 상표권 등록에 이어 미국 특허청과 캐나다 특허청 등에도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삼성 로봇사업은 북미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이며, 의료와 가정용 로봇에 주력할 전망이다.

LG전자는 다양한 서비스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자율주행 로봇 ‘LG클로이’ 6종 라인업을 구축했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서브봇’ 선반형 ▲서브봇 서랍형 ▲요리해주는 ‘셰프봇’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봇’ ▲비대면 방역 로봇 ‘UV-C봇’ ▲안내 로봇 ‘가이드봇’이 있다. 지난달 초 관람객들에게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로 작품 안내를 해줄 수 있는 ‘가이드봇’을 박물관에 공급했다. 또 호텔 투숙객이 룸서비스로 요청한 음식이나 타월 등을 객실까지 운반해 주는 ‘서브봇’을 경기·강원 지역 내 일부 호텔에 제공했다.

KT는 이달 중 스스로 움직이면서 주변 공간에 있는 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있는 AI 방역로봇을 출시한다. 사내에 AI로봇사업단도 구성했다. SK텔레콤 역시 100억원을 투자한 AI 로봇 스타트업 씨메스와 함께 시간당 물류상자 600개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AI 물류적재 로봇’을 개발했다. 병원 내 소독작업을 하는 방역로봇 ‘키미’도 경기 소재 일부 대형병원에 공급했다. LG 유플러스 또한 폐기물 운반로봇, 자외선 살균로봇, 자율주행 약제 배송로봇 등을 출시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말, 식당에서 아파트 각 세대 현관 앞까지 로봇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기도 수원 광교의 주상복합 아파트단지 ‘광교 앨리웨이’에서 가구 내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해 주문하면,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가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D2D(Door to Door) 서비스다. 이 로봇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공동 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드나들 수 있다.

◇가속화되는 로봇사업…제도정비 필요=국내 기업들이 로봇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정부는 로봇과 관련한 규격 및 인증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다. 불안전한 국내시장 제도를 노려 해외 기업들이 저품질·저가격 로봇을 들여와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에 로봇 분야에 대한 제도정비를 위해 연내에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발표할 방침이다. 또한 최근 특허청은 로봇·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신산업분야 특허심사 실무설명회를 열어, 새롭게 제정된 지능형 로봇·자율주행·3D프린팅 기술 분야의 특허명세서 작성방법, 특허부여 기준을 구체적인 심사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