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주식, 남북, 전염병…불안해 하는 서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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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물가, 주식, 남북, 전염병…불안해 하는 서민의 삶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일반 국민을 위한 정책은 왜 없는가

기사입력2022-06-17 14: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990년대 하반기 어느 날부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던 용어가 있었다. ‘Y2K’ 연도 마지막 두 자리 컴퓨터 인식오류로 사회혼란이 이어질 것을 경고한다는 내용이 담긴 신생어였다. 물론 큰 일없이 지나갔다. 우리 사회는 컴퓨터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름 입증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기말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 중간쯤 되는 기운이 사회에 팽팽했다. 1997년 나라 경제가 망했다고 한숨 쉬던 IMF의 후유증과 함께, 2000년 직전 대한민국은 혼란스러웠다.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역사적 사건을 한 가지 우선 꼽는다면,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닐까. 코로나19는 2년 넘는 시간 동안 지구촌의 일상을 바꿨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부터 뚝뚝 끊겨 나가더니, 누구도 코로나19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할 만큼 강한 화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022년 지구촌은 시나브로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지만, 사회 전반에서 이전의 평범함이 돌아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다소 애매하다. 마치 IMF라는 고통의 시대를 간신히 넘기고 맞은 일상과 같은 기분이랄까. 최근 우리 사회 전반은 분명 그 시절만큼 어수선하다.

정권이 바뀌었고, 우리 사회는 ‘반반’ 정도로 분열됐다. 3000선을 넘나들던 주가는 240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밑바닥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리터당 평균 2000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물류대란도 겪었다. 평화와 대화의 남북관계는 불안하게 거꾸로 가고 있다. 국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100일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으며, ‘원숭이두창’이라는 듣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전염병이 또 인류를 위협하고 있단다.

이 뿐인가. 우선 물가도 역대급이다. 현명하게 경제적으로 장보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정부가 말한 근거를 듣자니 아리송하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이 살고 있는 양산 사저 주변에는 일부 유튜버들이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사저 이웃들의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집회 방식은 상식을 벗어났다. 비상식적인, 비윤리적인 일들을 지켜봐야 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그런 일이 덧붙여 이어진다. 언론에서는 연일 대통령의 서민행보 보도가 나온다. 취임 이후 주말이면 부부 동반 외출이 이어진다. 어느 날은 영화를 감상했다고, 또 다른 날은 구두를 구매했다고, 또 빵 쇼핑을 다녀왔다고, 장식한다. 대통령이 서민 생활공간 깊이 들어와 활동하는 것은 이채롭다. 그간 어느 대통령도 쉽게 행하지 못한 발걸음이라 일정부분 응원을 해줄 만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서민생활은 체험용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세기적 혼란은 체험하듯 접근해서 해결할 수 없다.

지금 국가수장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불안감을 없애고 평화로웠던 ‘일상’으로 돌리는 것이다. 곤두박질치는 주식, 당장 봉합만 돼버린 화물차,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유류가 등등,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흐트러진 우리 일상까지. 앞으로 5년, 정리정돈 하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서민들은 대통령의 서민체험 소식보다, 서민을 위한 정책 소식에 환호하지 않을까.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은 많은 이야기 중, 그 첫 번째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