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등이 ‘가스 사용량’ 늘어서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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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난방비 폭등이 ‘가스 사용량’ 늘어서라는 정부 국민·지난 정부 탓 속에 제대로된 난방비 대책 보이지 않아

기사입력2023-02-14 18: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산업부가 내놓은 해명자료에는, 사용량이 11% 증가한 반면 요금은 38.5%나 증가한 결과 12월 난방비 부담이 1년 전에 비해 1.5배 정도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이 담겼다. <사진=뉴시스>

“12월 난방비가 11월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은 가스요금 상승이 아닌 가스 사용량 증가 때문이며, 국제가스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인상요인의 일부라도 반영되었다면, 최근의 인상폭은 다소 완화되었을 것임.”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설명자료는, 최근 난방비 폭등의 원인을 “가스 사용량 증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MBC 스트레이트의 난방비 관련 보도에 따른 해명인데, 난방비 부담의 원인을 국민에게 돌리려는 시각도 우려스럽지만 내용에도 큰 문제가 있다.

먼저, 지난해 12월 가스요금이 11월과 동일한 것은 사실이다. 또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11월 대비 12월에 한파가 지속되어 가스 사용량이 2.22배 증가”했다는 설명도 사실에 부합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가스 사용량의 변화를 무시하고 11월과 12월의 가스요금을 단순 비교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실제로 난방비 부담을 호소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의 반응을 보면, 1년전인 2021년 12월에 비해 가스 사용량이 소폭 늘었는데 난방비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1년전과 비교해보면 가스요금은 큰 폭으로 올랐다. 산업부가 내놓은 해명자료에도, 사용량이 11% 증가한 반면 요금은 38.5%나 증가한 결과 12월 난방비 부담이 1년 전에 비해 1.5배 정도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이 담겼다. 그런데도 굳이 지난해 11월과 12월의 한달간 차이를 비교하며 가스요금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는 것은 허수아비 때리기에 다름없어 보인다. 상대의 주장을 왜곡해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는 것이 논쟁에서 이기기 쉬운 수법이긴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오류이며 정부가 국민에게 취할 태도는 절대 아니다.

산업부는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이어, 지난 정부에 책임 전가하기도 꺼내들었다. “국제가스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가스요금이 동결되지 않고 인상요인의 일부라도 반영됐다면,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요금이 조정돼 최근의 인상폭은 다소 완화됐을 것으로 보임”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산업부는 국제가스 가격이 2021년 9월 들어 같은 해 3월보다 2개 이상 올랐다는 점과, 이후 2022년 9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사실을 들었다.

2021년에 가스요금을 올렸어야 한다는 산업부의 주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2021년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대적으로 시행 중이던 시기다. 사적모임의 인원수가 제한됐고, 소상공인들은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이 인상됐다면, 얼마나 큰 충격이 발생했을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취약계층과 소상공인들이 지급받은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 등이 인상된 공공요금으로 흡수돼 버린다면, 민생고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취약계층 등에 대한 대책을 잘 마련해 충격을 완화해주면 될 문제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런 주장은 지금 정부가 우선 난방비 충격을 완화할 지원을 제대로 하고 나서나 할 일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에너지 요금 인상 등에 따른 사회취약계층의 에너지 이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기초생활수급가구 전체와 차상위계층 가구를 포함하는 국가 복지체계 상의 사회취약계층 전체에 대해 난방비 지원을 두텁게 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난방비 충격에 휩싸인 소상공인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중산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바 있지만 산업부의 대책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러고서 국민과 이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해명자료를 내놓고 있으니, 민생을 돌본다는 정부의 말이 모두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 같아 보일 뿐이다. 가뜩이나 물가상승률이 높아 실질소득이 감소하기까지 하는 시국에, 난방비 등 공공요금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는 정부의 태도가 너무나 우려스럽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