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작업동선 개선…생산량 22%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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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협력사는 파트너다 뒤죽박죽 작업동선 개선…생산량 22% 증가 두산인프라코어, 두리엔터프라이즈 ‘비효율·불량 제로’ 지원

기사입력2015-08-06 00: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두산인프라코어㈜의 투워드 제로(Toward ZERO) 프로그램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이행 모범사례로 뽑혔다. 2차 협력사인 ㈜두리엔터프라이즈의 작업현장을 개선해 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9년부터 협력업체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워드 제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협력업체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이나 불량이 0(ZERO)이 되도록(Toward)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중소협력사에 현장 개선 전문가를 파견, 제조공정의 비효율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알려준다.

염성식 두산인프라코어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최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24개의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업체들의 생산성과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좀 더 많은 협력회사들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는 2차 협력회사 20곳에도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리엔터프라이즈의 공장 내부 모습.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장 컨설팅을 통해 공장 내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기계들을 재배치해 작업동선을 효율화했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투워드 제로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협력사는 두리엔터프라이즈다. 이 업체는 두산인프라코어의 2차 협력사로, 카운터웨이트(굴삭기의 뒷부분이 들리지 않도록 부착하는 균형 추)를 굴삭기에 부착시키는 연결 부품(보스)을 제조하는 회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0개월간 이 회사에 현장 개선 전문가를 파견해 공장 내 공간 정리, 설비 재배치 등에 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염 과장은 “당시 두리엔터프라이즈의 공장은 통로에 필요 없는 물건이 방치돼 있는 등 공간 활용이 비효율적이었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작업자의 동선을 고려해 공간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두리엔터프라이즈의 이주성 대표는 5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여러 대기업과 일을 하다보면 만드는 제품이 수시로 바뀌면서 작업동선도 뒤죽박죽돼버리고 만다”며 “그동안 공장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기계들 무게가 보통 5~7톤 정도 나가는 데다, 아무나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항상 다음에 하자고 미루기만 하던 일을 두산인프라코어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리엔터프라이즈는 이같은 현장 컨설팅을 통해 공장 내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기계들을 재배치했다. 직원들의 작업동선을 정리한 효과는 꽤 강력했다. 1일 생산량이 22%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꼽은 최고의 효과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이다. 이 대표는 “그전엔 워낙 지저분하다 보니 바닥에 볼트가 떨어져 있어도 직원들이 줍지 않았다”며 “이젠 일 끝나기 전에 10~20분 정도 시간을 내서 청소를 하는 등 환경이 바뀌자 직원들의 책임감도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보스를 제조하는 공구의 모습. 두산인프라코어가 제공한 ‘공구 길이 자동측정 및 설비정지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는 두리엔터프라이즈가 불량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줬다. 공장 내에 ‘공구 길이 자동측정 및 설비정지 시스템’을 무상으로 설치해 준 것이다. 이 시스템은 보스를 제조하는 공구의 길이를 자동으로 측정해, 공구가 마모되면 자동으로 제조설비의 운행을 정지하고 새로운 공구로 교체할 수 있게 알려주는 장치다.

염 과장은 “보스를 가공하는 공구가 마모되면 필요한 규격과는 다른 규격의 불량품이 생산되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공구의 마모정도를 파악해 새로 교체해야 한다”며 “이를 공장 직원들이 직접 할 경우 교체시기를 놓쳐 불량품을 생산하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어 자동 시스템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두리엔터프라이즈는 이 시스템을 설치한 뒤 보스 불량률이 30%에서 0.01%로 낮아졌다. 이같은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자, 불량률이 낮은 기업이란 인식이 확산돼 주문도 늘어났다. 2013년 1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염 과장은 “협력업체 제품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은 곧 우리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일이기도 하다”며 “세계 중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리엔터프라이즈 이 대표 역시 “두산인프라코어의 지원사업을 통해 품질도 좋아지고 매출도 늘어났다”며 “한 번 지원받은 기업은 더 혜택을 받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지원받은 기업들에 대한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만들면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