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 도운 직원 ‘인사불이익’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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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성희롱 피해자 도운 직원 ‘인사불이익’은 불법 성희롱 사건 발생시, 사업주는 ‘사용자책임’ 부담하는게 원칙

기사입력2018-02-27 18:13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노동OK’의 판례 리뷰…성희롱피해자 도운 동료직원㊤]사업장내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운 동료직원에게 불이익한 인사처분을 했다면, 회사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17.12.22. 선고, 2016다202947).

대법원은 직장내 성희롱피해자 A가 르노삼성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르노삼성차의 상고를 기각하고, 항소심 일부를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특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제2항이 정한 ‘불리한 조치’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은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관계=성희롱피해자 A는 르노삼성자동차에 근무하면서 2012년 4월경부터 소속팀장 D로부터 1년여간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A는 2013년 6월 성희롱가해자 D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재판 계류중 2013년 7월 회사는 고소장 작성 등 성희롱피해자 A의 소송을 도운 직장동료 B에게 ‘근무시간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주일 정직처분을 내렸다. 같은해 9월 A가 성희롱피해를 입증할 증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동료직원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회사는 A에게 견책처분을 부과했다.

이어 회사는 10월 A를 전문업무에서 비전문업무에 배치하고, 두달뒤엔 직무정지·대기발령 처분을 내렸다. 징계처분 사유는 A의 소송을 도와준 B가 회사문서를 유출했고, 문서유출과정에 A가 가담했다는 혐의다.

이에 A는 재판중인 법원에 자신을 도와준 직장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 자신에 대한 징계처분이 불법이라며 추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심 판결=1심 재판부는 성희롱가해자 D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만을 인정하고, 성희롱 사건 조사과정에서 인사팀 직원이 행한 명예훼손 발언 등에 대한 사용자책임(민법756조)을 포함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노동자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 및 실효성 강화를 위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성희롱가해자 D가 항소를 포기한 2심에서 재판부는 원고를 비전문업무로 배치한 부당한 인사처분과 성희롱가해자 D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물어 회사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성희롱 조사업무를 담당했던 인사팀 직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성희롱피해자 A에 대한 견책처분과 직무정지·대기발령 처분, 성희롱피해자 A의 소송을 도왔던 B에 대한 정직처분은 정당한 인사권행사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남녀고평법 제14조제2항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피해근로자등)’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제37조제2항제2호)이 부과되고, 민법 제750조에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게 원칙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①성희롱피해자 A(원고)와, 원고를 도와준 직장동료 B에 대한 불이익처분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이 금지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특히 ②직장동료 B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민법 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를 구성,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됐다.

이외에도 ③성희롱 사건을 조사했던 인사팀 직원의 발언과 관련해 피고에게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④‘불리한 조치’와 성희롱과 무관하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 주체 등의 쟁점도 있었다.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위법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불리한 조치가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행한 견책처분과 직무정지·대기발령 처분, 그리고 직장동료 B에 대한 정직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