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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저임금 극한 노동으로 내몰겠다는 건가

입법부가 만들고 사회적 합의 이룬 정책을 바꾸겠다는 독재적 발상 

기사입력2021-12-06 10:0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법 없이도 살 사람, 착한 사람을 변호하는 찬사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틀렸다. 대책없이 착한 사람, 약삭빠르지 못한 사람, 사회적 약자들은 법 없이는 살기 어렵다. 노동과 그에 따른 임금이 법과 규범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은 일하는 사람들을 더 극한 노동환경으로 내몰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노동관계법과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법의 개정이나 철폐를 이야기하려면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조율해야 한다. 사용자들 앞에서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를 폐지하겠다는 건 소통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주 52시간과 최저임금(최저시급제) 관련 발언이 연일 화제다. 발단은 지난 1130일 충청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회사 관계자가 주 52시간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자, 경영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법은 비현실적으로 철폐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논란이 확산된 다음날, 현장 목소리를 잘 반영한 정책을 만든다는 뜻이었다고 한발 물러선 해명을 내놨지만, 낡은 노동관과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라는 지적을 덮기에는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만들어진 주 52시간제도를 무력화시켜 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게 하고, 최저임금 제도를 아예 없앤다고 한다면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도 호응할 수 있을까? <이미지=이미지투데이>
52시간 노동은 2018228,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변경에 근거한 제도로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된 건 올 71월부터다. 윤 후보자의 말처럼 정권이 책상머리에 앉아 탁상공론으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입법부가 만든 법이다. 최저임금도 국민들의 오래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입법부가 정한 노동법과 최저임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사고야 말로 독재적 발상이다. 더구나 최저임금보다 낮아도 일할 사람이 있다는 인식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는 애초에 약속했던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5인 이하 사업장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놓여있고, 택배 노동자 등의 과로사도 끊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길,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오명을 벗는 길은,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외침을 듣는 것이다. 기업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제도를 손본다는 약속을 해놓고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한다는 취지였다고? 그럼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줄이자는 노동자와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는 아예 듣지도 않겠다는 말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의 민심이 높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임기 내 1만원 달성, 소득주도 성장론 견지, 공정하고 안전한 나라. 많은 공약들이 후퇴하거나 좌초됐다. 그래서 실망감도 크고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민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나마 만들어진 주 52시간제도 무력화시켜 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게 하고, 최저임금 제도를 아예 없앤다고 한다면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도 호응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최저임금 무력화, 52시간제 폐지라는 소신을 피력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강변 뒤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업하기(좋은 나라정책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걸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정권교체가 민심이라지만, 누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환생을 바랄까라는 생각마저 없지 않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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