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사 스마트제조 역량에 관심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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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대기업, 협력사 스마트제조 역량에 관심둘 것” 중소·중견기업을 동반자·협력자로 관계 설정하기를 기대

기사입력2022-02-02 10:00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ㅣ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이젠 대기업의 스마트제조 활동이 점차 외부에 더 많이 공개될 거야.’ 최근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근거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그간 대한민국에서 스마트공장 주역과 주인공은 중소기업·중견기업처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당연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 중심에 중소·중견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스마트공장이나 스마트제조에 관심이 없거나 멀리 비켜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기업에도 스마트공장은 생존과 관련된 일이며,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었다. 다만 대기업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의무적으로 외부에 그 추진내용이나 성과를 공표하지 않아도 됐다. 외부로 드러나는 소식은 적어도 그간 대기업은 스스로 할 일을 찾아내고, 내부 역량을 활용해서 일상적으로 스마트공장 또는 스마트제조 활동을 추진한 것이다.

대기업은 기업홍보 등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스마트공장 추진 활동을 외부로 알릴 이유가 없다. 그래서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기업 소식을 접하는 것은 대체로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실제 대기업은 사정도 있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노조가 강성인 기업은 노조가 스마트공장이란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스마트공장이란 용어 사용을 자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세계경제포럼과 제휴를 맺은 맥킨지가 만들어 주는 ‘등대공장’상을 받기도 하고 이를 홍보하기도 한다. 이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은 국내에서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은 대기업이 이 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상 받는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대기업들도 자주 소문을 내는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조용히 내부 활동만 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시장의 변화, 글로벌 밸류체인의 취약성, 미중 경제전쟁,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환경 등 기업환경 변화가 대기업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ESG 경영 등 기업환경이 변하면서,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스마트공장 역량을 드러낼 시점이라고 예상한다. 협력관계인 중소·중견기업에도 스마트제조 역량 확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LS일렉트릭,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KT, LGU+, LG전자, SK, 코오롱, 한국타이어 등은 물론이고 롯데, 한화 등에서도 스마트제조 활동을 외부에 알리고 있다. 그간 소리없이 제조 혁신활동을 내부에서 추진해 오던 대기업 활동이 밖으로 공개되는 중이다.

대기업들의 활약 공개는 상당히 절제되거나 전략적인 내용의 홍보가 많아 상세내용을 분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큰 줄거리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이 미국 기업 팔란티어와 손을 잡은 모습이 그런 예다. 또 LG에너지 솔루션이 지멘스와 협력을 해서 미국 공장은 물론 국내 계열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는 계획이 그런 것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이는 메타팩토리 이야기도 과거와 다른 수준의 정보공개에 해당한다.

스마트제조 생태계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대기업의 이런 변화를 주목하게 한다. 즉, 하위단계에서 활동하는 중견기업, 중소기업 더 나아가 공급기업, 관련된 엔지니어, 주변의 컨설턴트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된다.

당장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위 제조기업들은 그간 노력해 온 활동을 좀 더 다듬고 이런 변화를 이끄는 대기업과 밀접한 협업관계를 모색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기업은 과거처럼 ‘갑을관계’만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동반자 또는 협력자로 관계를 설정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함께 일하는 협력기업으로서 스마트공장 활동 성과와 이익을 합리적으로 지키면서 협력자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게 된다.

기업간 문화와 관행이 하루 아침에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처럼 협상력을 배경으로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는 것은 점차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ESG’라는 슬로건을 머리에 두른 것이 대부분의 대기업이다. 이들이 협력사 옥죄기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생태계 속의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 활동으로 만든 성과를 채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또 대등하고 공정한 협업정신이 점차 중요한 거래 덕목이 될 것을 기대한다.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스마트공장 역량을 점점 더 밖으로 드러낼 시점이며 그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자신과 협력관계에 있고 수직계열을 구성하는 중소·중견기업에도 스마트제조 역량을 확보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나서서 추진해 왔던 ‘대·중소 상생사업’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대기업이 스스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새롭게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협력사의 스마트제조 역량을 끌어 올리는 일에 주머니 돈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