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로 관리되지 않은’ 데이터도 보호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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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비밀로 관리되지 않은’ 데이터도 보호 받는다 부정경쟁방지법의 확장…데이터·초상권의 보호

기사입력2022-06-10 11:00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됐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표·상호(商號)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이다. 이 부정경쟁방지법은 계속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돼 왔다. 최근 개정된 법령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둬야 할 내용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지난 2019년 7월 시행법률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혔고, 이를 침해한 경우에 벌칙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영업비밀 요건의 완화=기존에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생산방법, 판매방법 및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돼야 했다.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것이 영업비밀의 요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합리적인 노력이 없더라도,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실 특별히 영업비밀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바뀌었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요건이 삭제된 것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영업비밀 보호를 받기 위해 아주 의미가 큰 변화다. 앞으로 많은 판결이 회사의 입장에 더 유리하게 선고될 것이다.

◇손해배상제도와 벌칙의 강화=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됐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것은 ‘손해가 난 만큼만 배상받는다’라는 우리 법의 원칙보다 더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영업비밀의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 외에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형벌도 강화됐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에는 최근 2022년 4월20일 시행법률에서 다시 한번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데이터 보호 범위와 유명인의 초상·성명에 대한 것이다.

데이터 보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부정경쟁방지법도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특히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데이터도 법의 보호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데이터의 보호=이른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활용으로 데이터 보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서, 부정경쟁방지법도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특히 데이터를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데이터 중 업(業)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아니한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라고 정의했는데(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카목),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데이터도 법의 보호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유명인의 초상·성명권 등의 보호 규정=유명인의 초상·성명 등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으로 신설했다.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을 사용하는 제품·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불법 상품의 제작·판매 행위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개정으로 유명인 등의 재산적 손실이나 소비자에게 발생한 피해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