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만원 요금제의 통신장애 손배는 170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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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월 5만원 요금제의 통신장애 손배는 1700원대 경실련 “방통위 약관 개정안, 통신기업 이익 치중”

기사입력2022-06-28 16:3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10월 KT통신장애를 계기로 이동통신사의 손해배상 관련 약관이 개정됐다. 수천원 수준의 요금감면이 이뤄지자, 통신사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KT의 통신장애를 계기로 이동통신사의 손해배상 관련 약관이 개정됐지만, 개정된 약관으로도 월 5만원대 소비자가 2시간30분 동안 통신장애를 겪었을때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1700원대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28일 경실련은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 통신사의 손해배상 기준을 강화한 이용약관 개정 결과를 발표했다”며, “지난해 10월, 1시간25분 가량 전국적으로 유·무선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던 KT 통신대란에도 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등 통신사 이용약관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신피해가 일정 시간 연속되어야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하도록 한 내용을 삭제하지 않았고, 실제 손해를 기준으로 배상하지 않아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방통위의 약관 개정안이 여전히 통신기업의 이익 보호에 치중된 것이라 볼 수 있어 유감을 표하며, 통신소비자 권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약관은 배상기준 장애시간을 연속 2시간 이상으로 종전(연속 3시간 이상)보다 확대했다. 또, 배상기준 금액은 장애시간의 10배로, 종전(6배)보다 인상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서비스가 2시간30분간 중단됐다고 가정했을 때, 월 5만원의 요금제를 쓰고 있던 소비자는 손해배상액으로 1736원만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월 5만원을 30일과 24시간으로 나눈 1시간당 금액은 69.44원인데, 여기에 2.5시간과 10배를 곱한 결과가 1700원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약관 개정은 지난해 10월 KT망의 통신장애에 따른 결과다. 당시 KT는 통신장애 발생시간 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 상당으로 피해액을 산정했고,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별도 기준을 적용해 10일분의 요금을 보상했다. 약관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이었지만, 실제 보상액은 수천원 가량의 통신요금 감면이 전부였다.

이후 경실련은 같은해 11월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약관을 통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에 대해 “약관법상 ▲상당한 이유 없이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한 것이며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경우로 ‘면책조항 금지’ 및 무효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약관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새로운 약관에 대해 “현재 이용약관 조항이 소비자의 ‘실제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약관은 통신장애를 통신사에 통지한 시간 혹은 통신사에서 인지한 시간을 기준으로 연속 2시간 등을 계산한다.

이에 대해, “단 1분의 장애로도 영업, 증권 거래, 병원 진료, 기타 학교 및 기업 업무 등이 마비될 수 있는 초고속·비대면 사회의 실제 손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기존의 약관 조항은 실제 손해액의 입증이 없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하고, 실제 손해액이 입증될 때는 그 실제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약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최근 10년(2009~2019년) 동안 19건의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12건이 약관상 손해배상 기준에 적용받지 않았고, 작년 KT 통신대란 때도 약관상 의무가 발생하지 않아 들끓는 여론에 면피용 자체 보상안을 내놓았다”면서, “개정된 약관으로도 여전히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모순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