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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20%가 낮은가…올리면 빚 갚을수 있을까

‘서민금융 고리대금 허용’ 주장…빚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해야 

기사입력2023-01-19 00:00
신동화 객원 기자 (hwa@pspd.org) 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필자 어릴 적,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빚지고 살지 말라혹은 빚보증 서면 망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받던 시기였으니, 그런 충고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당연했다. 금리는 치솟았고, 필자의 가정을 포함해 주변에는 온통 빚(보증)이 잘못돼서 추심을 받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5, 20년이 지난 후 필자의 지인들은 반대로 빚내서 집을 사거나 적어도 전세자금이라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필자의 세대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가 도래했고, 누구든 빚내면 더 나은 여건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거뿐만 아니라 긴급히 돈이 필요할 때에도 싸게 빌려와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코로나19 유행에 이은 경기침체, 최근 금리인상 영향으로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 최근 높은 이자상환 부담으로 시름하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20년 동안의 법정최고금리 인하 역사=지난 2002년 대부업법의 제정, 그리고 IMF 당시 폐지됐던 이자제한법의 2007년 부활 등 법정최고금리는 지속적으로 인하돼 왔다. 현재 국회에도 법정최고금리를 최저 10%까지 낮추도록 한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정최고금리를 20%로 인하했다.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령으로 설정된 최고금리가 66%였으니, 그야말로 장족의 개선이 이뤄졌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자명했다. 가뜩이나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 계층이 고리대에 빠져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 역시 최고금리 인하의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대부업계와 보수경제지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최고이자율이 낮아질수록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낮아진 대부업자들이 자금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어 서민들이 금융으로부터 배제될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펼쳐왔다.

 

지난해부터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서민금융연구원 같은 기관에서 법정최고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시장연동형 최고금리제도를 지지하는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들 주장의 논리는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부업계의 조달금리(원가비용)가 상승했지만, 법정최고금리(가격상한제)에 따라 원가를 상품가격(대출이자)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 다수의 대부업자들이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신용 채무자들은 고신용 채무자에 비해 채무상환 가능성이 낮은 만큼 그 위험비용을 이자로 반영하지 않으면, 대부업자가 대출을 실행할 유인이 없어진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그 결과가 바로 서민들의 금융배제이며, 불법사금융 피해 확산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밑바탕에는 (금융)시장에 의존해야만 서민의 긴급한 생계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사고, 즉 시장중심주의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의 법정최고금리(20%)에 대해서도 상환이 불확실해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신용자 취약계층이 그 이상의 이자로 대출을 받으면 과연 갚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서민금융 공급을 위해 고리대 허용한다?=물론 대부업자들이나 서민금융연구원 등은 업계의 이해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러한 주장을 펼 수 있다. 하지만 KDI와 같은 국책연구기관은 대부금융시장을 넘어 국민 전체의 복리와 삶의 질 개선이라는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함에도 업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무척 아쉽다.

 

필자는 한마디만 묻고 싶다. 현재의 법정최고금리(20%)에 대해서도 상환이 불확실해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신용자 취약계층이 과연 연 27.9%(현행 대부업법상 최고이자 상한) 혹은 36%(매일경제, 2023.1.4. 서민금융연구원 저신용·저소득자 고려해 시장연동형 법정최고금리 도입해야”)에 달하는 대출을 받으면 과연 갚을 수 있겠는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지난 수년 간 2020~2022빚투’, ‘영끌등이 대세가 되면서 빚내기 권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왔고, 국민 각자 금융시장을 통해 경제생활을 영위하도록 계속 부추겨져 왔다. 중산층 이상 계층의 여유자금 투자뿐만 아니라 저소득 계층의 생계문제 해결방식 또한 이 대세가 됐다.

 

그러는 동안 가계부채의 질과 양이 모두 악화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전체 다중채무자 수가 450만명이 넘고(연합뉴스, 2022.9.13. 금융권 채무자 줄었는데 취약고리다중채무자 450만명 넘어), 자영업 취약차주의 2022년 대출증가율이 18.7%에 달한다(한국은행, 2022.12.22. ‘참고2. 자영업자대출의 부실위험규모 추정 및 시사점’,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는 발표가 이어질 정도로 더 많은 채무자들이 나락에 빠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빈 공간을 빚으로 채워온 결과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국가부채 축소라는 도그마에 갇혀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무하다. 금융위원회가 당장은 최고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논란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빚내서 빚갚는 서민들은 어디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할 것인가.

 

취약차주의 부채청산과 재기지원 나서야=가계부채 리스크가 임계점을 지난 현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을 끊임없는 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그간 가계부채에 대응했던 시각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는 가계가 가처분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빚을 떠안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살피고 통제하는 일에 소홀했다. 주거, 의료, 교육 및 기타 국민들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함에 있어 공적인 재정지출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부채에 의존해온 점에 대해서도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당장은 취약차주들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부채 청산을 위해 채무상담-채무조정 시스템을 완비하고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긴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정책자금 확대와 제1금융권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대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애초에 대부업은 서민금융의 기초가 될 수 없으며 일부 보완재에 불과하다. 법정최고금리는 높이는 것이 아니라 현행 20% 이하로 제한해야 하며, 시장금리연동제를 실시하더라도 그 이하에서 작동하도록 논의돼야 한다. 부채 풍선이 더 부풀도록 방치하면, 언젠가는 폭발해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지도 모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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