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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로 기본소득을 나눠주면 어떨까

CBDC 활용한 기본소득 실험…새로운 화폐의 미래에 대비하자 

기사입력2023-10-12 12:00
오준호 객원 기자 (munard@daum.net) 다른기사보기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디지털 아시안게임이었다. 개막식에 디지털 거인이 성화를 들고 뛰어오는가 하면, 오염물질 없는 디지털 불꽃놀이가 눈을 사로잡았다. 또 경기 중계방송은 모두 무선 클라우드 방식으로 이뤄졌다.

 

디지털 혁신은 볼거리와 시합 운영방식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회 기간 소비하고 구매하는 방식도 혁신적이었다. 방문자들은 디지털위안화를 항저우 등 저장성 일대에서 수월하게 사용했다. 디지털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이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인 디지털 화폐다.

 

디지털위안화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디지털위안화의 사용 범위를 확대해 관광, 쇼핑, 대중교통에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중국은 디지털위안화를 국내 지급결제뿐만 아니라 국가 간 지급결제수단으로도 통용시키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CBDC 활용한 기본소득 실험=현재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곧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큰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CBDC는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해 은행 등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안전하게 교환하고 전송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다. 바하마 등 일부 작은 나라에선 실생활에 도입했다. 각국이 CBDC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실물화폐 즉 현금이 사라지는 시대를 대비하고, 민간기업 디지털 화폐가 급성장해 국가 화폐를 대신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미래 화폐 기술을 한국도 서둘러 따라가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행이 CBDC의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난 5, 한국은행은 ‘CBDC 활용성 테스트를 곧 시작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CBDC 실험에 착수하는 것이다. 테스트 계획에 의하면, 먼저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 CBDC를 지급준비금 개념으로 사용해보고, 이어 예금토큰을 발행해 개인 간 지급결제를 실험할 예정이다. 내년 4분기에는 일반인을 사용자로 참여시킨 CBDC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곧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큰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하고 있다. 미래 화폐 기술을 한국도 서둘러 따라가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래서 CBDC를 활용한 기본소득 실험을 해볼 것을 제안한다. 중국도 2020년에 선전시 시민 5만명에게 디지털위안화를 나눠주고 직접 사용해보게 한 적이 있다. 한국도 어느 한 지역을 정해 주민 전체에게, 또는 청년 등 경제활동이 많은 집단에게 CBDC를 지급해 직접 써보게 하는 것이다. CBDC의 활용성을 검증하고 기본소득의 사회경제적 효과도 확인하는 일석이조의 실험이 될 것이다. 그 지역은 서울의 청년인구 많은 구()일 수도 있고, 소멸위험의 농어촌일 수도 있다.

 

CBDC를 본격 사용하게 되면 여러 긍정적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시기 재난지원금처럼 정부가 현금을 국민에게 지급할 때 그 과정에서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 2021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의하면, 2020~2021년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 카드사 수수료로만 약 3500억원이 들었다. 정부가 민간은행과 카드사를 거쳐 재정을 집행하기에 생기는 일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CBDC로 바로 지급하면 이러한 중개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CBDC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화폐에 각종 스마트 기능을 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BDC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때, 일정한 사용기한을 지정하거나 불법거래를 방지할 수 있다. “지원금을 주었는데 쓰지 않고 저축만 한다거나, “돈을 불법적인 곳에 소비한다같은 우려가 사라질 것이다.

 

다만 CBDC를 사용하면 국가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해소할 대책도 필요하다. 이런 보안 과제들도 실험으로 먼저 검증해보는 것이 좋다.

 

새로운 화폐의 미래에 대비하자=새로운 디지털 화폐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나 한국은행은 이를 단지 기술시스템의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깝다. 우리는 CBDC를 민간은행의 대출을 통해 화폐를 보급하는 현재의 통화제도를 개혁할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정부는 전 국민에게 CBDC 계좌를 제공해, 민간은행이란 중개자도 수수료도 없이 직접 현금을 전달할 수 있다. 이는 재정정책과 복지정책의 효율을 크게 높일 것이다. 또 지금은 신용부족을 이유로 민간은행에 계좌조차 만들 수 없는 금융약자도 포용할 수 있다. 지하거래와 불법정치자금 수수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또한 점점 커지는 디지털 자산시장에 신뢰할 수 있는 거래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신산업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디지털 화폐의 미래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필요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그 시작으로 지금부터 준비해 2024년에 국민 참여 디지털 화폐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해보자. CBDC의 긍정적 효과는 기본소득과 결합해보면 가장 잘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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