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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레퍼토리 플랫폼 국감, 후속조치가 없다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법 등 처리해야 

기사입력2023-11-04 00:0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는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가 됐지만, 그 여파와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플랫폼 기업의 대표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이 무산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을 비롯해 열악한 노동환경과 개인정보유출 등 늘 지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있는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데에 더 큰 이유가 있다. 같은 문제가 해결책 마련없이 소비되면 효과는 반감되고 그 피해만 누적될 뿐이다. 새로운 문젯거리의 발굴이나 핵심 인물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책임을 추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국감의 취지이고 국회에게 주어진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국회는 전시하듯 문제를 나열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쿠팡 노동자 사망 

2020년 5월 새벽 쿠팡 인천물류센터에서 40대 노동자가 사망했고, 6월 천안목천물류센터 조리실에서 3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같은 해 10월 칠곡물류센터에서 20대 노동자인 고 장덕준님이 사망했고 2021년 2월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고 장덕준님은 사망 전 일주일간 62시간 10분, 2주~12주 전까지는 평균 58시간 18분을 일했다.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근로복지공단은 고 장덕준님이 업무부담 가중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사망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노동시민사회는 심야노동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에 대해 과로사 재발방지대책을 쿠팡에 여러 차례 강력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죽음은 계속됐다. 2021년에도 1월 동탄물류센터 50대 노동자, 3월 구로1캠프 관리자(캠프리더), 송파1캠프 배송기사, 쿠팡 배송기사가 잇달아 사망했다. 2021년 12월 뇌출혈로 쓰러진 동탄물류센터 50대 노동자는 이듬해인 2022년 2월 사망했다. 2023년에도 1월 인천3캠프 60대 노동자 사망, 2월 천안목천물류센터 60대 노동자 사망에 이어 지난 10월 로켓프레쉬 배송을 담당하던 60대 택배기사가 배송 도중 사망했다. 이를 기록하는 이유는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쿠팡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인정하지 않는 책임과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지만, 입법 등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지난 10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홍용준 대표는 “쿠팡 새벽 노동에 종사하는 배송직들의 근로 여건이 그렇게 열악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항변하면서도, 과로를 막기 위해 도입한 백업 기사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고 있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참여 제안에는 택배기사들이 배송만 하는 구조라 어렵다고 밝혔지만 택배기사가 쿠팡 배송캠프에서 배송 물품을 직접 분류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쿠팡은 최근 사망한 택배기사에 대해서도 “저희랑 계약 체결한 영업점의 특수고용직”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용계약이 아니라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의 모양새를 띄었을 뿐, 쿠팡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위 말하는 ‘위장 자영업자’인 셈인 셈이고 홍 대표 역시 ‘진짜 사장’들이 하는 전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쿠팡은 자신과 납품업체 간 거래관계 문제와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보도한 언론사에게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서를 보냈다.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 대책은커녕 오히려 자본을 동원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가 더욱 아쉽다. 국감장에 플랫폼 기업을 불러 세우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에 그 자리만 잘 버티면 된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지는 않은 지 되짚어 봐야 한다. 국회는 질타를 넘어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미치지 못하는 현행 법의 틈새를 메꾸고 보완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플랫폼이 가져다 준 편의가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라면 그 균형점을 맞출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마땅한 책무다. 

사골과도 같은 플랫폼 독점·불공정행위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행위 문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고 다뤄졌다. 입점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초래하는 배달의 민족의 일명 ‘깃발 꽂기’, 평균 10일인 다른 플랫폼과 달리 60일에 달하는 쿠팡의 대금 정산 주기와 선수와 심판을 겸하는 PB상품 문제, 네이버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 구글의 유튜브뮤직 끼워팔기와 유튜브프리미엄 단일요금제, 플랫폼 입점업체의 셀러론(판매대금 담보 대출) 문제,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 양상만 조금씩 달라질 뿐 플랫폼 기업이 자행하는 다종다양한 불공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그 해결을 위한 입법적 대안도 마련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줄곧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를 고수하고 있고, 국회 역시 입법에 소극적이었다. 

그렇게 입법이 지연되며 독점과 불공정행위도 점차 진화, 발전하고 있지만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면 그 폐해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이제 과도한 광고비와 수수료는 플랫폼 시장의 의례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마련하여 입점업체와 경쟁을 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되고 있다. 말그대로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이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고, 입점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광고비와 수수료를 높이고 선수와 심판을 겸직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혁신이 아니라 혁신적인 불공정행위라고 해야 옳다. 그럼에도 국회는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 타령에 계속 몸을 사려 왔던 게 사실이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플랫폼 자율규제’ 추진하는 정부

그나마 이번 국정감사에 성과가 있다면 윤석열 정부가 주창해온 플랫폼 자율규제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공정위 자율규제 방안 초안을 제안할 당시 공정위의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공정위 실무자는 “(자율규제 방안 발표에) 모두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 배달앱 다음은 숙박앱 과제가 있어 일주일 내로 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논의에 참여한 입점업체, 중소상인들을 압박했다. 이들이 절실히 요구했던 비용, 단체교섭권 등의 안건은 자율규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을 뿐더러, 결과로 나온 자율규제 방안은 대화도 타협도 없이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내용임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도 마쳤다. 이미 국회 정무위에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이 16건이나 계류중이지만, 단 1건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과방위는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겠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고도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 앱마켓 사업자, 음원사업자, 전자출판업계 등 계속된 피해 호소에도 과방위는 방관만 하다가, 공정한 플랫폼 시장 조성을 위한 입법 논의가 진전될 만하면 개입해, 해묵은 주무부처간 국회 상임위간 주도권 싸움을 반복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국회 허송세월 이제 멈춰야

시간이 얼마 없다. 플랫폼 시장을 뒤덮고 있는 독점과 불공정행위를 거두어 내야 한다. 플랫폼의 독점과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은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위한 안전판이다. 

21대 국회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반드시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을 처리해야 한다. 국회의 진정한 역할은 시민들의 어려움을 그저 전시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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