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 큰 반도체·배터리·의약품 공급망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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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中 의존 큰 반도체·배터리·의약품 공급망 체크 재편과정에서 ‘첨단제조 허브·첨단제품 수출’ 고민해야

기사입력2024-04-23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8일 개최한 ‘對중국 수출전환 전략 포럼’.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한중수교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부진으로 인한 단가 하락과 중국 내 수요 감소로 흑자폭은 크게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대중국 수입 비중은 크게 늘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이처럼 한·중간 공급망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시장 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하며,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우리나라를 첨단제조 허브이자 첨단제품 수출국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개최한 ‘對중국 수출전환 전략 포럼’에서, “우리나라는 첨단산업의 중간재에 대한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로 향후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거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특히 한·중 간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부품 뿐만 아니라 리튬, 원료의약품과 같은 소재 분야까지 분업구조가 밀접하게 형성돼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우리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조 부연구위원은 중국 의존도가 높고 중국과 긴밀한 공급망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산업을 중심으로 그 원인과 공급망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을 소개했다.

▲반도체=반도체 소재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34%로 2022년 기준 국내 반도체 소재 총 수입액인 30억8000만 달러 중 10억5000만 달러가 대중국 수입에 해당한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는 실리콘 웨이퍼, 리드프레임 관련 소재, 조립회로 부품 등 반도체 제조와 직결되는 소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도체 산업은 최대 수요시장인 중국시장에 원활히 진출하기 위해 중국 내 조달 또는 현지 생산 및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이 보유한 생산조건과 가격우위는 향후 국내기업이 제3국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한국 배터리 원자재 총 수입액은 2022년 기준 58억2000만 달러로 이중 64.6%에 해당하는 37억6000만 달러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배터리 소재 총 수입액은 135억2000만달러이며, 이 중 대중국 수입비중은 72.6%에 달한다. 특히 배터리 가격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및 전구체의 대중국 의존도는 95%로 절대적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촉발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같은 미국의 보조금 정책과 원소재 및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자 하는 국내기업의 수요가 결합돼 향후 중국에 대한 원소재 조달과 소재조달 중요도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내에서 생산한 소재를 조달하는 형태의 국내 배터리 생산기지가 증가할 수 있으며, 제3국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수요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의약품=2022년 한국의 원료의약품 총 수입액은 29억1000만 달러이며, 대중국 수입액은 이중 34.3%에 해당하는 10억 달러 규모다. 의약품 완제품을 주로 벨기에, 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하는 것과 별개로 원료의약품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준이다. 개별품목으로는 아황산나트륨, 황화합물, 모르포린, 기타 항생물지 등 1차 가공원료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

향후 의약품 산업은 중국시장 진출, 제3국 진출 등 판로개척 중요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과 인허가 제도개선에 힘입어 한국 기업의 중국내 현지시장형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향후 과도한 대중국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대중국 공급망 전략을 통한 다변화, 대중국 협력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향후에도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내 공급망을 활용하고 유지하고자 하므로 첨단산업에서 중국 내 새로운 수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개최된 양회에서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과 ‘AI플러스’가 핵심키워드로 제시됐다. 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AI 투자가 확대될수록 고부가가치 중간재인 반도체, 정밀기계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며, 중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확대되는 중국 AI시장 진출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공급망 재편을 활용한 수출확대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새로운 수요를 포착하고, 기술력을 갖춘 중국기업을 유치해 차세대배터리, 리사이클링 배터리 분야의 제3국 공동진출 강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Made In Korea’ 등 원산지를 활용한 대세계 진출 혹은 대중 재수출 등 공급망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높기에, 우리나라를 배터리 등 첨단제조 거점으로 삼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국은 신흥산업을 육성하고 미래산업에서 선도적인 발전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는데, 신흥산업에 혁신의약과 바이오제조, 미래산업에는 생명과학이 포함된다. 조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제시한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은 아직 표준화되거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로 중국이 새로운 발전경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나고 있다. 조 부연구위원은 3월24일 개최한 중국발전포럼의 Big Health 심포지엄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BMS,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바이오사 CEO들이 참석해 중국 의료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며, 우리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