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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2년전 수준 복원으론 충분하지 않다

“역대최대” 자화자찬…물가상승 고려하면 여전히 삭감이란 지적도 

기사입력2024-06-29 00:00
정부가 내년도 주요 R&D 예산이 역대 최대규모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실제 예산 규모는 2년전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R&D 예산을 워낙 크게 삭감했기 때문에 증가폭이 커보이는 것 뿐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심지어 물가상승분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2025년 주요 연구개발 예산은 24.8조원으로 역대 최대규모”

과기부가 주요 R&D 예산 심의결과를 27일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료의 제목이다. 역대 최대규모인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R&D 예산이 항상 증액되다보니, 최신의 예산이 대체로 역대 최대규모였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내년도 R&D 예산 발표는 특별하다. 올해 R&D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2023년 당시 24.7조원이던 주요 R&D 예산이 올해는 21.9조원으로 2.8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이러니 올해에는 예산 액수와 함께 증가폭 역시 역대 최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삭감 전으로 예산을 복원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시 상황을 의식한 듯, 과기부는 “2025년도 주요 R&D 예산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주요 R&D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R&D를 합친 “2025년 정부 R&D 예산 전체 규모도 2023년 대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과기부와 별도로 대통령실이 직접 R&D 예산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예산규모가 2023년 수준으로 복원된게 맞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아직 제대로 반영도 되지 않은 3000억원 규모 사업을 24.8조원에 포함시켜 발표”한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심의가 확정된 주요 R&D 예산은 24.5조원 규모다. 정부는 여기에 “6월 이후 예타통과 사업, 타부처 협업예산 등 0.3조원 규모”를 합쳐서 발표했다. 24.5조원은 2년전인 2023년 예산보다도 0.2조원이나 모자라는 수준이어서, 정부가 비판을 의식해 발표액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황정아 의원은 여기에 더해, 24.8조원이라고 봐도 주요 R&D 예산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R&D 예산은 2023년도 24.7조원 대비 4.2%, 사실상 1조원 삭감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발표에는 윤석열 정부가 아무 근거 없이 삭감해버렸던 R&D 계속과제 사업들의 예산을 복원하겠다는 내용조차 빠져있다”면서, 이번 정부 발표가 “말 장난, 숫자 장난으로 점철돼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올해 R&D 예산을 삭감한데서 시작한다. R&D 예산은 IMF, 글로벌 경제위기의 폭풍 속에서도 삭감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과학계는 물론 정치계 등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과학계의 미래를 책임질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은 물론, 과학고 등 영재학교 학생들까지 공동으로 입장을 발표하며 R&D 예산삭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내내 예산삭감을 철회할 뜻이 없다고 완고한 입장을 반복했던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대해 입장을 바꾼 이유 역시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난 4월에도 대통령실은 해명자료를 내고 “2025년도 R&D 예산 증액은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부터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밝혀온 정부의 공식입장”이라 했지만, 올해 예산은 도대체 왜 삭감했는지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는 않았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나갈 방향이다. 당장 내년도 R&D 예산을 2023년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중단된 연구를 다시 시작하고, 일자리를 잃은 연구원들을 다시 채용할 수 있도록 R&D 예산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역대 최대규모”라는 말로 내년도 R&D 예산의 문제점을 덮을 수는 없다는 사실에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예산삭감을 철회하라고 외치던 과학계 미래세대들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떠올리고,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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