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무리한 차입경영이 부른 홈플러스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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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MBK의 무리한 차입경영이 부른 홈플러스 대란 사모펀드의 부도덕한 인수 등 부작용 막을 대책 마련해야

기사입력2025-03-07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 소식에 유통업계가 다시 혼란에 빠졌다. 티몬·위메프 사태를 능가하는 파장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홈플러스에 제품을 납품하던 제조사들이 앞다퉈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CJ푸드빌, 에버랜드, 신라면세점 등 제휴사들이 정산금 지연을 우려하며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지한 데 이어,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대상, 삼양, 동서식품, LG전자 등 다수 기업들이 납품을 중단하거나 납품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회생절차와 상관없이 홈플러스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거래처와 소비자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홈플러스의 이같은 상황은 단순한 경영위기가 아닌 사모펀드에 의한 무리한 차입경영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홈플러스 지분 100%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한 MBK는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약 5조원을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이자 등 막대한 금융비용은 홈플러스 안산점, 대전탄방점, 대구점 등 20여개 점포를 매각하거나 매각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처분해 충당해왔다. 대규모 배당을 받아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462%,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가 내리는 최하위 신용등급인 D까지 하락했다.

2015년 홈플러스에 직접고용된 인원은 2만5000명이었으나, 10년이 지난 2024년에는 1만9500명으로 감소했다. 한국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남아있는 직원들의 근로조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외주사나 협력업체 직원 또한 4000여명이 줄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인력감축의 결과다.

사모펀드의 M&A가 기업의 장기 성과보다는 즉각적인 수익 실현에 집중할 경우, 이에 따르는 사업부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 부정적인 영향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 MBK가 고려아연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기술유출과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무너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MBK가 홈플러스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아 이익만 챙기고 떠날 심산이 아니라면,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자를 해야한다. 홈플러스라는 기업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라 2만여명의 직원과 수많은 산업에 걸친 협력업체와 10만여명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당시 1조원을 투자해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MBK가 책임을 다하도록 감독하고, 그동안 제기돼 왔던 사모펀드의 부작용을 막을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