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규제완화…산업 vs 청소년보호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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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셧다운제 규제완화…산업 vs 청소년보호 ‘팽팽’ “실효성 없고 완전 폐지를” vs “청소년 이용 수익만 올리는 기업 문제”

기사입력2016-09-20 17:47

지난 7월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규제정책인 ‘셧다운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게임업계가 국산 게임발전을 가로막는 셧다운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청소년 보호를 위해 셧다운제를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두 가지로 나눠 적용된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밤 12시부터 6시까지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부모와 법정대리인이 동의하면 특정게임과 특정시간대 이용을 제한하는 문체부의 ‘게임시간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다.

문체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여가부와의 합의를 통해 ‘부모선택제’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부모가 요청하면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게임시간선택제 규제 적용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완화한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환경을 지원하고,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얘기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게임업계 “셧다운제 완전 폐지해야 게임산업 산다”

우선 관련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번 규제완화가 게임산업 육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있게 요청하겠느냐”며 “부모선택제는 완화된 셧다운제에 불과한 것으로 지금과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로 국내 게임산업이 축소됐다며, 현행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기본적으로 모든 게임을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되, 부모가 원하는 경우에만 게임이용을 제한할 수도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중복규제를 지적한다. 문체부의 ‘게임시간선택제’와 여가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두 가지 규제를 적용받는데, 강제적 셧다운제가 부모선택제로 바뀐다지만 그 내용을 보면 게임시간선택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즉 부모선택제는 ‘부모가 원할 경우 셧다운제 제외’이고, 선택적 셧다운제는 ‘본인 또는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만 게임 가능’이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는 ‘부모선택제’에 맞춰 부모 요청을 수리하고, 신변을 확인한 후 게임이용 제한을 풀어주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규제완화로 추가 부담만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IT전문학교 게임학부 이흥주 학부장은 20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부모와 친척 등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게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게임이용자인 청소년의 자율성을 존중, 스스로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우리 사회에 청소년들이 즐길 놀이문화가 적은만큼 섣부른 규제 대신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셧다운제 존속…산업보다 청소년 보호가 우선”

반면 셧다운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게임의 중독성이 높은 만큼 청소년의 건강 등을 보호하기 위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청소년이 국가와 가정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미성숙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3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잠이 부족한 가장 큰 요인은 게임으로 나타났다. 또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이 11.7%로 집계했다.이 때문에 청소년 시기가 성장기임을 감안해 수면권과 건강권은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셧다운제를 존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헌법재판소도 2014년 4월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경제적 이유로 청소년 보호라는 더 큰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며 강제적 셧다운제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소년단체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문체부와 게임업계 등에서 실시한 자율규제가 효과가 있었다면, 게임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겠느냐”며 “청소년 행복권을 빌미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이용해 아이템 판매 등 수익에만 열을 올리려는 기업을 막기위해서라도 셧다운제는 유지·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