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땅 샀어, 가상현실에서” 메타버스 곧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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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나 땅 샀어, 가상현실에서” 메타버스 곧 올까 현실처럼 느껴지는 ‘Z세대 놀이터’…실감형 콘텐츠 제작 활발

기사입력2022-02-11 12:07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신인류’라 일컫는 Z세대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 외출을 자제하는 대신 제페토(ZEPETO)에서 여가 생활을 한다. 얼마 전엔 젬(가상화폐)으로 구찌 명품 가방도 샀다. 취향대로 3D 아바타를 꾸미고 친구(아바타)들을 만난다. 제페토 안에서 게임도 한다. 사무실 출근부터, 쇼핑까지! 가상공간 속이지만 종종 현실처럼 느껴진다. 모두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 블루오션으로 낙점한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상(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3차원 세상이다. 비영리 기술연구단체 ASF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라이프로깅(삶에 대한 디지털 기록), 거울세계(실제 세계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반영한 가상세계), 가상현실의 네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Z세대들의 놀이터=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미국의 로블록스가 있고, 국내에는 제페토가 있다. 먼저, 제페토는 소프트뱅크·하이브·YG·JYP 등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엔터업계의 3대 기업인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가세해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메타버스의 결합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

<자료=범부처 합동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 2022년 1월>

네이버Z는 2018년 8월에 제페토를 출시하며 석달 만에 15개국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7개월 만에 글로벌 가입자 1억명을 확보한 데 이어 2021년 4분기 기준 전세계 2억6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중 80%가 10대다. 제페토는 초창기 가상 팬사인회(블랙핑크, ITZY), 댄스 퍼포먼스 공개(블랙핑크, 트와이스), 컴백쇼 개최(선미) 등 다양한 K팝 스타의 이벤트를 메타버스로 옮겨와 개최하며 ‘K팝 스타와의 소통 공간’으로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 팬사인회 등이 위축되며, 가상공간이 K팝 스타들의 제2의 무대가 된 것이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젬’이라는 가상화폐를 기꺼이 지불해 ‘나를 닮은 부캐’를 만드는 일에도 열중한다. SNS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 싶어하는 Z세대의 소비심리를 파고든다.

미국의 로블록스(Roblox)는 유저가 직접 게임을 설계하고 판매해 다른 유저가 그 게임을 하는 다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로블록스 내에는 5000만개 이상의 게임이 있다. 로블록스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인 ‘로벅스(Robux)’를 사용한다.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어 ‘미국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고 있다. 로블록스는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하루 만에 시가총액 42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SKT도 2021년 7월 ‘이프랜드’를 출시하며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 합류했다.

◇실감형 콘텐츠에 주목=최근 뮤직비디오, 영화, 광고 촬영, 공연과 전시 등의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지고,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2021년 10월에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하며, 메타버스 서비스 관련 직원을 1만명 더 늘리고 메타버스 기술을 개발하는데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는 구찌부터 나이키, MLB 등의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구찌의 경우 메타버스에서 가상 아이템으로 판매한 가방이 400만원대에 팔리며, 실제 가방 가격을 상회하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 아바타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D2A(Direct to Avatar) 시장 확대는 가속화될 조짐이다. 지난 2월3일 세븐일레븐이 메타버스 지점을 오픈하며, CU와 GS25에 이어 국내 편의점 업계 BIG3도 메타버스 진출을 마친 상태다.

채용시장에서도 메타버스 실험이 한창이다. 2021년 11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에는 채용설명회(60.9%)와 신입사원 연수(56.5%)를 위한 메타버스 활용률이 높았다. 중견기업은 클라우드워킹(원격근무, 63.0%)과 사내 직원교육(55.6%),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또한 클라우드워킹(88.6%)을 위한 활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뮤직비디오, 영화, 광고 촬영, 공연과 전시 등의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지고,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메타버스 부동산 매입=가상공간 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2’가 지난 2020년 11월 론칭할 당시 타일당 분양가가 0.1달러였다. 현재 미국 땅은 평균 58.14달러, 한국 땅은 23.18달러로 뛰었다. 국내 가상 부동산 가운데 가장 비싼 곳은 청와대 부지로 가격이 2만 달러(약 2400만원, 타일당 39.5달러)에 이른다.

데이터 제공업체 메타메트릭은 올해 메타버스 내 가상 부동산 판매규모가 1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20년, 30년 후 가상세계의 부동산 가치가 얼마나 상승할지 누구도 알수 없는 일이다.

◇메타버스 ‘게임 맞죠?’=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생활형·게임형 가상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게임과의 연관성이 높아서 메타버스를 국내법상 게임으로 규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규정된다면 게임산업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규제가 불가피해진다. 동법 28조에는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2022년 1월 범부처 합동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통해 ▲메타버스 서비스의 법적 성격 명확화 ▲아바타의 범죄 행위 처벌 실효성 확보 ▲메타버스 내 거래관계 명확화 및 불공정 거래 방지 ▲아바타의 인격권 인정 여부 등 법적 쟁점 해소를 위한 법제 정비를 연구하고, 규제 샌드박스팀을 구성·운영해 새로운 기기·서비스에 대한 법령이 부재·불분명한 경우 관계부처에서 임시기준을 마련·조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특허 출원 증가세=메타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중국, 한국을 중심으로 실감형 콘텐츠 기술 연구개발 및 특허 출원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특허청에 따르면, 실감형 콘텐츠 기술 관련 특허출원 동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9%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세부기술별 세계 5대 특허청 전체 출원량은 콘텐츠 제공(38%), 접속장치(인터페이스, 30%), 렌더링(19%), 트래킹(13%) 순으로 모든 기술에서 미국이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트래킹(20%), 콘텐츠 제공(18%)에서 적지 않은 점유율을 보였다.

특허청 컴퓨터심사과 이후락 심사관은 “앞으로 우리나라는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 등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실감형 콘텐츠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신기술을 융합함으로써, 급부상하는 새로운 관련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세계시장을 폭넓게 활용한다면 ‘K-메타버스’의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

용어설명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며,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1992년 미국의 SF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Snow Crash’란 소설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대략적 줄거리를 살펴 보면,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현실세계에서 피자 배달부이지만, 메타버스 속에서는 최강의 검객으로 활약하며 국제적 음모를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