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방침에 전기·가스비 언급이 없다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물가 안정” 방침에 전기·가스비 언급이 없다 지난해보다 28% 올랐는데…추가 인상 촉각

기사입력2023-04-04 14:0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통계청에 따르면 3월 물가상승률에 미친 전기‧가스‧수도요금의 영향은 여전히 크다. 항목별로 보면 도시가스가 36.2%로 가장 많이 올랐고, 지역난방비(34.0%)와 전기료(29.5%) 역시 크게 올랐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부는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는 한편 닭고기, 가공용 감자와 같은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및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물가 안정기조가 조기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4일 기획재정부는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면서, 식품과 통신비 등을 중심으로 향후 물가관리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초유의 관심사인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기재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반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4.8%에 이어 3월에도 재차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달 사이의 월간 비교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2월 0.2%였던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월 들어 0.8%로 치솟았지만, 2월(0.3%)에 이어 3월에도 0.2%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주춤한 원인으로 “최근 들어 국제유가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경유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을 꼽았다. 이에 따라 석유류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하락했다.

하지만 밥상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농축수산물은 대규모 할인행사 등으로 축산물 가격이 하락했으나, 겨울철 한파 영향 지속, 일조량 부족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소류·과일 가격이 상승하며 지난해 3월보다 3.0%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5.8% 상승해, 2월(5.7%)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그간 누적된 원가 부담 등으로 외식서비스(7.4%)를 위주로 오름세가 지속된 결과라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및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지난해보다 4.8%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기재부는 “전체적으로 3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및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석유류 가격 안정 등으로 둔화 흐름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국제에너지 가격 연동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전기·가스·수도요금의 영향이나 향후 관리 방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3월 물가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여전히 28,4%의 높은 상승률은 보였다는 사실은 통계표 안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 영향 여전히 큰데=통계청에 따르면, 3월 물가상승률에 미친 전기·가스·수도요금의 영향은 여전히 크다. 항목별로 보면 도시가스가 36.2%로 가장 많이 올랐고, 지역난방비(34.0%)와 전기료(29.5%) 역시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에서 품목별 기여도는 전기·가스·수도가 0.93을 기록했다. 참고로 개인서비스에 속하는 외식의 기여도가 0.96, 공업제품에 속하는 가공식품의 기여도가 0.80 수준이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인상이 3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2분기 들어 전기·가스 요금이 추가로 인상된다면 향후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31일에 2분기 에너지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를 연기했다. 이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여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협의한 결과다.

인상 발표가 연기됐지만, 향후 에너지요금이 인상된다는 점은 기정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은 “원가 이하의 에너지요금이 지속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공기업 재무상황 악화 및 안정적 에너지 공급기반 위협, 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등에 따른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여, 에너지요금 인상에 물가상승률과 국민부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고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