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팽개친 민생법안…국회를 그대로 둘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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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내팽개친 민생법안…국회를 그대로 둘것인가 길거리에서 악수하고 막말하고…정작 할일은 안하고 있다

기사입력2019-05-22 19: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유통산업발전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공정거래법, 상법, 전기통신사업법, 소비자집단소송법, 이자제한법,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서비스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비롯해 ▲서민주거 안정화 ▲가맹본사의 불공정행위 규제와 가맹점주 대항력 강화 ▲대리점주 보호와 단체 구성 및 교섭권 도입 ▲재벌지배구조 개선 및 총수일가 사익추구 규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소비자피해 효과적 구제 및 기업책임 강화 ▲가계부채 문제 해결 등 시급한 민생현안을 담은 법안들이자, 일하지 않는 국회가 내팽개친 대표적인 민생법안들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 법안들은 어제오늘 갑자기 만들어진게 아니다. 대형유통 재벌들이 대형마트와 의류점, 제화점, 전자제품판매점, 영화관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쇼핑몰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골목슈퍼 뿐만 아니라 주변상권이 초토화되고 있고,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 상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와 달리 백화점은 휴업일이 일정하지 않고,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의 경우 365일 연중무휴 정책을 내세우면서 쇼핑몰 노동자의 휴식권과 노동권 침해는 심각하다.

또, 가맹사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맹사업 본사와 가맹점주 간 ‘상생협의’는 강제성이 없다. 그래서 점주들이 단체를 만들어 필수물품 과도 등에 대해 협의를 요청해도 본사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본사가 상생협의에 응하지 않아 175일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CU점주들, 부당한 필수물품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다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한 치킨프랜차이즈 BHC 점주들의 사례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대리점 거래에서 불공정 관행도 계속되는 이유는 대리점이 공급업자(본사)보다 거래조건 정보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계약이 1년 정도의 단기로 체결돼 계약 종료 우려에 따른 지위 불안정으로 본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리점의 계약갱신요구권과 공급업자의 대리점 계약해지 제한 등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이다.

재벌총수일가의 전횡에 의한 소수주주의 피해 역시 누적되고 있지만, 소수주주가 지배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는 거의 없다. 재벌지배구조 개선 및 소수주주권 강화를 위한 상법개정과 지주회사, 공익법인, 자사주 등을 통한 재벌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도 요구된다.

그 뿐인가. 통신3사가 사실상 독점적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반면, 국민 가계경제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라돈침대, 발암물질 생리대 등과 같은 소비자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소비자집단소송법 개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채무자회생법 개선 역시 시급하다.

이처럼 민생법안들은 그동안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호소를 모아 숱한 토론회와 사례발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들을 요약 정리한 내용들이다. 이를 담당할 국회의원들이 ‘민생’ 운운하며 뙤약볕을 내리쬐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이미 다 차려진 것이다.

그런데도 명분없는 민생투어를 한다며 밖으로 나돌고 있다.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민생은 길에서 악수 나누는 일이 아닐진데, 국회로 돌아올 줄을 모른다. 국회 앞에선 오늘도 소외받고 차별받는 이들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피켓시위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국회로 돌아와 할 일을 하라. 이해할 수 없는 정치싸움을 보면서 더 이상 인내할 국민은 없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