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완화·통화정책 엇박자로 거래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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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부동산 완화·통화정책 엇박자로 거래위축 우려 금통위원 “통화정책과 거시정책 상이한 기조, 의사결정 어려워져”

기사입력2023-02-01 18: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가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 오히려 거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논의한 내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13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을 지난 31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금통위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50%로 0.25%p 인상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규제완화가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 방지 차원에서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이 상이한 기조로 운용됨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거래도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그간 주택가격이 상당폭 고평가되었던 만큼 추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최근의 규제완화가 향후 주택가격의 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련부서는 이에 대해 “과거 부동산 경기위축에 대응한 규제완화가 경기둔화 국면에서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맞물리면서 시차를 두고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누증을 초래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최근 규제완화의 영향을 정책조합 측면에서 주의깊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또다른 금통위원 역시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는 주택경기의 과도한 침체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경기가 개선되거나 금리가 낮아지는 시점에 주택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근 주택시장 상황을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주택가격 하락세가 비교적 일찍 시작됐으며 하락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 위주로 주택이 공급되다 보니 주택공급이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미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뒤늦게 공급물량이 쏟아져 주택시장을 더욱 냉각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회의자리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통화정책과 충돌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자료=한국은행 웹사이트 캡쳐>

◇가계부터 자영업 위축까지, 경제상황 우려 확산=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가계와 수출, 자영업 위축까지 하반기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에 대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소비와 수출 등이 복합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간소비에 대해서는, 펜트업 수요(거리두기 등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 둔화, 이자부담 증대 등으로 소비의 약화흐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근래에 가계부채가 중·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부담이 높아진 중·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재량적 소비감소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2021년에 이미 중국에서 내구재 중심의 펜트업 소비가 한 차례 발생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서비스 중심의 소비회복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우리 수출에 대한 파급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상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초과저축을 바탕으로 한 펜트업 소비가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경제로 인한 상방요인과 함께 하방요인이 공존한다는 지적이다.

고용지표가 악화된 점도 거론됐다. 한 금통위원은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수 증가폭이 축소된 가운데,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등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됐다고 언급했다.

세부내용에 있어서는 청년층(15~29세)과 40대 취업자수가 줄어들고, 제조업 취업자수 증가폭이 축소되는 등 고용의 질마저 좋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고용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동시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점을 언급하면서, 코로나 기간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대거 전환된 바 있는데, 최근 그 추세가 꺾인 만큼 그동안 미뤄져 온 자영업 구조조정이 경기둔화와 맞물려서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은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수의 변화는 코로나 기간 중 크게 늘어났던 택배·배달 관련 서비스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둔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는데, 최근 이 수요도 감소하고 있으므로 위원이 언급한 자영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