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전기료 교통·통신비 이자 부담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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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난방비 전기료 교통·통신비 이자 부담 대책을 ‘5대 가계부담’ 해결하고, 근본적인 해결 위한 중장기 계획 필요하다

기사입력2023-03-03 00: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난방비 폭탄 때문에 힘들지만 3개월된 아이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어요.”

“음료 냉장고 전기를 끌 수는 없으니 제가 근무하는 시간엔 온풍기를 끄고 버팁니다.”

코로나19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로 온풍을 기대했던 시민·중소상인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한파가 몰아쳤다. 1~2월 난방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각 가정과 사업장엔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난방비 폭탄, 전기료 폭탄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2022년 8월엔 6배 가량 폭등했다. 2021년 1분기에 100만BTU당 8.8달러였던 국제LNG 가격이 2022년 8월엔 평균 53.2달러, 최고 69.9달러까지 오른 것이다. 반면 국내 가스요금은 2021년 1분기에 1메가줄(MJ) 당 14.2원으로 유지되다가 2022년 6월 15.9원, 8월 17원, 9월 19.7원으로 약 38.7%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 사이 2020년 말 2000억원, 2021년 말 1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3년 1월 약 9조원에 달했고, 올해 1분기에는 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그 여파는 각 가정과 사업장에 미쳤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3년 1월(12월분) 도시지역 4인 가구 기준 도시가스요금이 전년동월 7만6140원에서 10만5010원으로 약 37.9% (2019년 1~2월 사용량 평균 111.5㎡ 기준), 전기요금은 약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이 되는 2019년 1~2월보다 올 겨울이 더 추웠던 것을 감안하면 가스·전기 사용량은 더 늘었고, 그만큼 요금 부담도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가스비가 10만원, 20만원 더 나왔다는 증언이 단순한 ‘괴담’이 아닌 셈이다.

취약계층, 중소상인 부담 더 커져…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취약계층과 중소상인·자영업자의 부담은 더욱 크다. 취약계층일수록 단열에 취약한 환경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코로나19 당시 생존을 위해 받은 대출이자의 상승, 원재료값 상승, 임대료 부담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과 사업장의 난방비, 전기요금 폭탄이 더해지니 헛웃음만 나온다고 한다. 도시가스를 주로 사용하는 목욕탕, 음식점, 샤워시설을 구비한 일부 실내체육시설 등은 직격탄을 맞았고 편의점, 코인노래연습장, 스터디카페와 같이 24시간 영업을 주로하거나 정육점, 고시원처럼 장시간 냉난방이 필수인 업종은 전기요금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정부 대책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제외한 서민, 중산층, 중소상인을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정부는 지난 1월 난방비 폭등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삭감했던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금액을 원상복구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현금지원을 집중했다. 서민, 중산층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산층을 포함한 난방비 부담 경감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기획재정부는 물가상승과 정부재정, 가계부채 부담을 이유로 대출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지자체가 취약계층을 넘어 서민, 중산층 가구에 까지 한시적인 직접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비교적 재정자립도가 낮은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적지 않다.

난방비·전기요금 폭등 사태는 단지 이번 겨울을 잘 넘기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전기수요가 폭증할, 기후위기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여름이 다가올 예정이고 10조원이 넘는 가스공사 미수금도 결국 가스요금 인상이냐, 국민세금으로 메울 것이냐 결정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으니 말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융회사, 이동통신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는 중이다. 해외 주요선진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인 부채감축 정책을 펼쳐왔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역주행을 펼쳐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생존형 부채, 서민·취약계층 가구의 생계형 부채가 크게 늘었고, 2022년 4분기 기준 1857조원의 역대급 가계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내 기준금리도 올해 1월 3.5%까지 상승했고 가계대출 금리 부담도 크게 가중됐지만, 4대 주요 시중은행은 2022년 15조8000억원에 이르는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통3사의 영업이익도 코로나19 언택트 소통의 확산으로 데이터 사용량 등이 꾸준히 상승해 연 4조원을 기록 중이다. 시민들은 죽겠는데 오히려 몇몇 기업들은 그걸 기회로 더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윤 대통령이 ‘금융, 통신 분야의 공공재적 성격’까지 언급할 정도다.

각자도생을 넘어, 정의로운 전환과 긴급지원 투트랙으로

취약계층에 집중된 정부의 난방비·전기요금 폭탄 대책, 단기적인 요금할인 대책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기후위기 해결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산업구조 개혁, 에너지 공기업의 공공성 강화와 요금산정체계 개편, 공공기관 부채의 단계적 감축과 내부혁신 강화, 공공요금의 단계적 인상계획 수립과 주택 및 사업장의 에너지 효율 향상 지원, 한국판 연대기여금 도입과 정의로운 산업 전환 등 난방비·전기요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유럽 주요 국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 외에 주택 등에서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도 주택 에너지효율 개선에 지원금을 투입하는 등 단기적인 요금할인이나 지원대책보다는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확대 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구조개혁방안도, 서민·중산층·중소상인에 대한 한시적인 지원대책도 없는 ‘각자도생’의 상황이다.

지난 2월22일 중소상인·자영업자, 금융·통신소비자, 민생·시민단체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재벌대기업과 부동산 부자들에 대해서는 수십조 규모의 법인세·종부세를 깎아주면서도 생색내기용 난방비·전기요금 대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정부에 난방비, 전기료, 교통비, 통신비, 이자부담 등 5대 가계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대책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뜩이나 서민경제가 고통받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정부가 안일하게 공공요금을 인상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추가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연기하는 등 ‘조삼모사’ ‘임기응변’식 대응을 내놓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전경련식 전국민 10% 부가세 할인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오히려 이들은 단계적인 공공요금 인상과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대신 현재의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전방위적으로 가계부담이 확대될 경우 특히 취약계층이나 서민, 중산층 가구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서민 및 중소상인에 대한 난방비, 전기요금 지원 확대 ▲가산금리 마진율 공개 등 이자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조치 ▲교통비 절감을 위한 한시적인 한국판 9유로 티켓 또는 반값교통비 정책 시행 등 한시적인 긴급 지원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난방비·전기요금 폭등 사태는 단지 이번 겨울을 잘 넘기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전기수요가 폭증할, 기후위기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여름이 다가올 예정이고 10조원이 넘는 가스공사 미수금도 결국 가스요금 인상이냐, 국민세금으로 메울 것이냐 결정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으니 말이다. 각자도생이냐, 투트랙이냐,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