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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외면 전세사기 ‘선별법’ 이대론 안된다

정부는 특별법 지연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제정 서둘러야 

기사입력2023-05-20 00:00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의 특별법안에 대해 피해자 선별법이라고 반발하며, 대상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시장 연착륙 방안과 아울러 전세사기·역전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서민 등 주거약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으로부터 부동산 시장 상황과 연착륙 방안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지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보고는 윤 대통령이 앞서 “주택 정책을 시장원리에 따라 정상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해 달라”고 당부한데 따라 이뤄졌다. 

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와 주거약자의 부담완화를 지시했다니,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속도가 붙어야 할텐데, 어쩐 일인지 이번주에도 여야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주에 다시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한다는데,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정부가 처음 특별법 초안을 발표한 것이 4월27일이었으니, 벌써 20일째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의 소위원회에서도 여야합의가 결렬됐는데, 이게 벌써 네 번째다. 피해자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당시 “법안이 논의되는 국회 본청 입구에 앉아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합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속된 합의 실패의 책임이 “여전히 피해자들을 어떻게든 골라내려고 하는 것은 물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특별법의 대상을 어디까지로 하느냐다. 정부의 특별법안은 당초 총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만을 대상으로 했고, 이후 수정안에서 면적을 확대하는 등 일부 요건을 완화했지만,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등의 요건을 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기범죄만으로 지원대상을 좁혔다. 

대책위는 특히 수사 개시 등 요건 폐지,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 보증금 회수 방안 포함, 우선매수권 제도 보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수사 개시나 임대인의 기망 등 피해자가 입증할 수 없는 요건들로 인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힘들게 피해자로 인정이 되더라도 우선매수권, 보증금 회수방안이 실효성이 없어 결국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면 도대체 왜 특별법을 제정했는지 분노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별법이 아니라 선별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왔지만,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에도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인천 미추홀구가 실시한 자체 전세사기 피해 현황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피해 임차인이 완화된 피해지원 적용대상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가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닌데,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의도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 보증금 회수방안 도입에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 역시 문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전례가 없다는 등의 입장이다. 피해자대책위가 “과거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IMF 당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도임대아파트의 채권을 매입했던 선례도 있고, 피해자들의 보증금 채권은 매입 후 경매 등을 통해 충분히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대책위 등은 “정부 눈치만 보고있는 바지 입법권자 국민의힘은 뒤로 빠지고 실제 이 법안의 결정권을 쥔 실소유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특별법 제정 지연의 책임을 정부가 무겁게 느끼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을 도입해 하루빨리 피해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가 무색해진다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의지마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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