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 마이너스 우려…12조 추경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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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1분기 성장 마이너스 우려…12조 추경 역부족 하반기 경제상황은 더 악화될 지도 모른다

기사입력2025-04-1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한은이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단발성 요인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된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5%였다. 그런데 올해 2월 들어 전망치를 0.2%로 낮춰 잡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된 데다 폭설·한파 등 악화된 기상여건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런데 실제 성장률은 0.2%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4월 초까지 장기화된 데 따라 3월 중 경제심리지수가 또다시 하락했다. 12월에 급락한 경제심리지수는 1월과 2월 회복세였으나, 지난해 11월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내려앉았다.

한은은 이밖에 대형 산불, 일부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의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들이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일시적 요인들의 영향은 1분기에 한정되지만, 앞으로 장기화될 요인이 더 문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수출의 불확실성은 극도로 커지고 있다. 한은은 “수출 부문은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라면서, 한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우리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2대 교역국”이기 때문에, 양국의 갈등이 한국의 수출을 양면에서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역시 미 관세정책의 불확실성 증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와 중국의 보복관세로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보류하고, 고용과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한은만 내놓은 것도 아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40여 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중윗값이 1.4%로 한은의 기존 전망치보다 더 낮다. 전망치 중 하위 25%는 1.1%, 상위 25%는 1.7% 수준이다. 경제 전반이 크게 힘들었던 2023년의 성장률이 1.4%였다는 점을 비춰보면, 올해 경기는 정말 심상치 않다.

1분기에 이미 성장 부진이 가시화되고 경우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니 대책이 시급한데, 정부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회, 언론 등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당초 말씀드렸던 10조원 규모보다 약 2조원 수준 증액한 12조원대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초 계획한 10조원 규모도 부족해 보이는데, 증액이 2조원 수준인 것은 1분기 경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규모는 물론 내용도 문제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비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심리 등 각종 지표를 봐도 민간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으니, 추경에 과감한 소비활성화 대책을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수출의 경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장기 대응방안과 함께, 단시일 내에 발생할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동안,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내리게 된다. 극도의 불확실성 시기에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채 경제주체들이 각자도생에 내몰리는 현실이 참담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