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청부(淸富)는 ‘예(禮)’를 지킬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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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공자, ‘청부(淸富)는 ‘예(禮)’를 지킬 줄 알아야 ‘청빈(淸貧)’…가난하지만 남에게 아첨하지 않고 삶을 즐길 줄 안다

기사입력2018-10-16 14:56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흔히 공자의 유가 전통사회에서 선비라고 하면, 집안에서 도포를 정갈하게 차려입고 유가의 경전을 되뇌며 돈버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여긴다. 그래선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신분등급을 나눠 말할 때,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해 상업에 종사하는 이를 가장 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공자의 어록『논어』의 첫 장 「학이(學而)」편의 첫 구절 역시 배우고 항상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를 강조했다. 공부를 업으로 삼는 선비를 가장 중시하고, 돈을 벌어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을 떳떳치 못한 계층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사농공상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던 문헌『관자(管子)』는 “사농공상 네 백성은 나라의 초석.(士農工商四民, 國之礎.)”이라 해, 이들 계층 간에 어떠한 차별을 두지는 않았다.『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에선 ‘사상농공(士商農工)’, 『순자(苟子)』는 ‘농사공상(農士工商)’이라 했으니, 그때까지는 일반 백성들을 사-농-공-상 순으로 차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농공상이란 순서에 따라 계층 간 차별의식이 생긴 시기는 공자의 시대가 아니라, 유학이 성(性)과 리(理)의 관념론에 치중했던 송(宋)대 이후다.

공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10명이나 되는 배다른 형제들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어려서부터 창고지기나 목동 일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열심히 학문을 쌓아 오늘날까지 인류의 스승이 될 수 있었다고 한 것처럼, 공자 자신은 장사를 해 돈버는 일을 그다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논어』「자한(子罕)」편에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여기에 옥이 있다면 갑 속에 숨겨 두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쳐주겠다는 상인을 찾아가서 파시겠습니까?(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賈而沽諸?)”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내다 팔아야지! 내다 팔아야지! 나는 좋은 값을 쳐줄 상인을 기다리고 있다.(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고 대답한 대목이 나온다. 이는 공자가 정치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세상에서 쓰일 기회가 있으면, 세상에 나서 정치활동을 하겠는지를 자공이 묻고 공자가 답한 내용이다. 공자 스스로 품고 있었던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한 정치사상을 세상에 나가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자신의 뜻을, 마치 좋은 옥을 내다 파는 행위에 비유해 말한 것이다.

그 때문에 공자는 자신의 이상정치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만한 군주를 찾아다녔다. 이것을 흔히 주유천하(周遊天下)라 한다. 자신의 능력을 군주에게 팔 것이라고 빗대어 거리낌 없이 말했다는 점에서 공자가 상업활동을 천시하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자 자신은 돈 버는 문제에 대해 어찌 생각했을까? 「이인(里人)」편에서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한 것을 보면, 군자는 의로움을 추구하는 반면 이익다툼은 소인들이나 하는 것이라 여긴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공자는 「헌문(憲問)」편에서 “이익 되는 것을 보고는 옳은가를 생각한다.(見利思義.)”고 했다. 이는 바로 정당한 이익은 얼마든지 취할 수 있음을 밝힌 것으로, 공자가 이익 추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공자는「술이(述而)」편에서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을 굽혀 베더라도, 즐거움이 역시 그 가운데에 있다. 옳지 못하면서 부귀한 것은, 내게 있어 뜬구름과도 같다.(飯疏食, 飮水, 曲肱而枕之, 樂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고 했다. 이 대목 역시 공자 스스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는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하면서도, 정의로우면서 부귀해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자는 반드시 물질을 부정적으로 봐, 깨끗한 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청빈(淸貧)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는 정의로운 부자라는 의미에서 ‘청부(淸富)’의 개념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공자는 「학이」편에서 가난한 이와 부자가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자공이 “가난하면서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은 것이 어떻습니까?(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라고 묻자, 공자는 “괜찮기는 한데, 가난하지만 즐길 줄 알고 부자이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可也. 未若貧而樂, 富而好禮者也.)”고 했다. 가난하면서도 남에게 아첨하지 않고 부자지만 교만하지 않는 삶도 봐줄만 하지만, 가난하지만 삶을 즐길 줄 알고 부자이면서도 예를 지킬 줄 아는게 가장 이상적이라 한 것이다.

위와 같은 공자의 발언에 비추어 그의 경제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부자가 되더라도 정의로운 부자가 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의 청부(淸富)사상은, 너도나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려는 물질만능 자본주의시대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