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대기업·공무원까지 실질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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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최저임금에 대기업·공무원까지 실질임금 삭감 무서운 물가…대기업 임금인상률도 물가상승률 보다 낮은데

기사입력2022-08-29 14:22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IMF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결과다.

전경련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6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금이 최종타결된 47개 기업의 평균 인상률은 4.4%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상률 3.2%보다는 1.2%p 증가했다. 전경련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중고에 직면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임금인상률마저 높아 추가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5.2%)는 IMF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응답 대기업 47곳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4.4%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보다 0.8%p가 낮아,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은 삭감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금인상률이 올해 물가상승률를 밑도는 기업은 응답기업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29개사에 달했다. 0%대가 2개, 1~5% 미만이 27개사였다. 반면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5~10% 미만대는 16개사, 10% 이상은 2개사로 조사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 조합원들이 지난 8일 2023년 임금 7%대 인상과 인력감축 중단 및 공공행정 인력 확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 5% 올려도 실질임금 삭감=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역시 물가상승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최저임금 결정 당시의 물가상승 전망치보다는 소폭 높았으나, 이후 물가가 급등하면서 새로 나온 전망치가 최저임금 상승률을 추월해버렸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에서도 실질임금 삭감이 발생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8월 들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급 9620원으로 고시했다. 지난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460원, 5.0% 인상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5.0%라는 인상률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에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를 더하고,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뺀 값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는 4.5%라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재부(4.7%), 한은(4.5%), KDI(4.2%)의 전망치 평균값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결정하던 6월에 이미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6월과 7월 연속으로 소비자물가가 6%대의 상승률을 보이자, 결국 연간 전망치가 5%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5.0%)은 결정 당시 물가상승률 전망(4.5%)보다 0.5%p 높은 수준이었으나, 수정된 전망치 5.2%보다는 0.2%p 낮아졌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대기업과 최저임금이 모두 물가를 고려하면 삭감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공무원 상승률 1%대 유력…청년 반발=임금인상과 물가상승의 압박 속에서 공공부문 역시 실질임금 삭감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부가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대로 고려한다고 알려지면서, 청년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가 내년 공무원임금을 7.4% 인상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1%대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임금이 5% 이상 인상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실질임금 삭감이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청년위원회는 “2022년 9급 공무원 1호봉 봉급은 168만원이며, 그 외 수당을 포함해도 기여금, 세금 30여만원을 공제하면 실 수령액은 19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초과근무 시 1.5배, 휴일근무는 2배의 시급을 받지만, 공무원은 새벽, 야간, 주말 모두 상관없이 시간당 수당을 동일하게 받는다. 9급 공무원의 경우 2022년 최저임금에 딱 맞춰 시간당 9160원(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대다수 청년공무원들이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치솟는 물가, 부동산 폭등 상황에서 생계를 겨우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각종 재난 업무, 복잡·다양해지는 행정업무로 인해, 청년공무원들은 인력부족, 업무과중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공무원 임금 7%대 인상과 인력감축 중단 및 공공인력 확충을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